봄마중 가다...사량도
2011. 04. 17
서부산악회원 44명
아주 오래전 인연을 놓쳐버린 섬
사량도
봄날의 노랑나비처럼 훨훨 날고 싶었다.
떨어지는 벗꽃잎보다도 더 가볍게
그 섬, 그 산길을 거닐고 싶었다.
8시 30분에 그 섬에 가는 두번째 관문 용암포를 출발했다.
능선에 올라서자
한걸음 할걸음
걸음을 떼는 것이 아쉽다.
그냥 주저앉아 몇날며칠 바다만 바라봐도 좋을것 같았다.
나는 내게 그런 자유를 줄 수가 없다.
그 자유를 위해 치뤄야 할 댓가가 너무나 큰것이기 때문에 그럴수가 없다.
누가 나에게 그런 자유를 주었으면 좋겠다.
한구비 돌 때마다 보이는
작은 포구들이 무척 아름다웠다.
세살짜리 딸아이가 눈독을 들이며 잠도 못들던
제사상의 요강과자처럼 예쁜
작은 포구안에 빨강. 파랑, 초록의 지붕들
그 안에는
뭍과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모여있을것이다.
진달래며 벗꽃의 화사함이야 말할것도 없지만
오늘 처음 만나는 소사나무꽃이 내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꽃송이 하나하나가 글씨가 되어
바다를 향한 연서를 써내려가는 듯
붉게 피어났다.
무슨 나무인지 참 궁금했는데
친구가 수피를 보고 소사나무라고 알려주었다.
봄날의 소사나무가 이런 모습이구나
정호승님의 싯귀처럼
오늘 하루는
누군가에게 욕을 들어도 기분좋을
꽃같은 놈이 되어보자
나무같은 놈이 되어보자
꽃은 꽃대로
바위는 바위대로
나무는 또 나무대로
어느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기운을 쏙 빼놓는 바위길을 걷고 나면
벼랑끝의 진달래가 다시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고
다리가 후들후들 가파른 계단을 내려서면
푸른 바다가 다시 바로 서게 해주었다.
산이
여러가지 나무와 이런저런 꽃과
크고작은 바위들과
서로 다른 그것들이 어우러져 아름답듯이
사람은 더불어 사는 세상속에서
희로애락을 나누어야 살맛이 나겠지
자꾸만 멀어져가는 그 섬. 걸었던 그 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또 올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보았던 엄마의 뒷모습처럼
때때로 그 풍경이
그리워질것 같다.
그리고 공룡의 발자욱이 있다는 고성의 어느 바닷가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이 바다와 잘 어울렸다.
나무로 만든 산책로의 바닥을 기어
바닷가로 빠져나가던 내게
체면때문에 그럴수가 없노라고
그리고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냐고 묻는 이가 있었다.
자연은 항상 거기 있는데
자유로운 소통을 방해하는 것 역시 사람들 자신이다.
저 곳에 흔적없는 자유로운 발자욱을 남기고 돌아왔다.
아~ 행복했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