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잃어버린 산봉우리 하나.....능경봉, 고루포기산

야촌 2012. 2. 19. 22:05

 

 

2012. 2. 19   서부산악회와 함께

 

대관령옛길~ 능경봉~ 고루포기산~ 오목골

 

 

 

 

 

 

 

 

 

사람도, 산도, 또 다른 그 무엇에도

마음을 끌어당기는 그 무엇이 한가지쯤은 있게 마련이겠죠.

능경봉 그리고 고루포기산

생소하고 낯선 이 산에도 제 마음을 잡아끄는 것이 한가지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작고 소박한 능경봉의 표지석이었지요

이름이 알려진 산의 정상석에서 사진을 찍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죠

지난 달 태백산에서

정상석을 붙잡고는

"10분을 기다렸어요. 사진 좀 찍읍시다" 

절규하듯 소리치던 어떤 이의 목소리가 생생합니다.

그래서 눈으로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능경봉에서는  사진 한장 꼭 찍고 싶었습니다.

 그 키작은 표지석과 눈높이를 맞춰서요

 무릎을 꿇든지 아니면 눈위에 엎드려서라도 말이죠

 

 

 

 

 

커다란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며 걸음을 옮기며

자기의 모자가 맘에 안든다는 친구에게 호기있게 털모자를 내주었었지요.

그런데 웬걸

벌써 귀가 시려옵니다.

몇발자욱 옮기고는 모자를 도로 빼았아 썼지 뭡니까

 

 

 

 

참 바람이 매섭네요.

 내 한 몸에서도 따로따로 아우성입니다. 

등과 머리에서는 땀이 배어나오는데

코는 베어져나갈 듯 하구요

팔뚝 언저리와 배가 시려옵니다.

그러다보니 옷차림이 좀 요상해졌네요 ^^*

 

  

 

 

산길을 걷는 발걸음이 참 빠릅니다.

아마도 마음이 가벼워서 그런걸까요

가끔 뒤돌아보며 가끔 멈춰서서 한숨 돌리다보니

또 다시 끄트머리에 서게 되었네요.

그래도 오늘은 걱정없습니다.

천봉님이 계시니까요.

땀 흘리며 힘들어하며 걷는 모습이 꼭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친근감이 느껴지는 분이지요.

 

 

 

 

평창군 대관령면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이는 전망대에 도착을 했지요.

푸른뫼님 능경봉은 어디?...

이런 한참전에 지나쳐왔다는군요.

내가 그곳을 알아볼 수 있는 단 한가지 징표인 표지석이

눈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었나봅니다.

 

 

 

 

 

 

아름다운 조망에 사진도 찍고 찍어주며 한참을 서성였는데

그 곳이 제가 찾던 그곳인줄조차 몰랐던거지요.

그 작은 표지석이 내 발빝에서

"나 여기 있어요" 하며 소리쳤을지도 모르는데요.

웬지 산봉우리 하나를 잃어버린 듯

마음한켠이 허전했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서 있는 연리지도 만나구요.

앞을 턱 가로막는 나무도 만났지요.

뛰어넘을 수 없다면 이렇게 몸을 낯추는 수 밖에요

 

 

 

 

 

 

고루포기산에 도착했을 때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과 그보다 더 반가운 과매기

저 같으면 제 입부터 들어갔을텐데

마음씨 고운 두 회원님이 식구들 챙기느라

정작 본인들은 두세점 에 드시질 못했다네요.

꼴찌로 간 제가 세점을 먹었으니

먹을 복 있다는 친구의 말이 맞는가봅니다.

 

 

 

 

몇걸음 되돌아와 오목길로 내려서는 길은 무척 가파랐지요.

아마도 다리가 긴 사람들이 첫 발자국을 떼었나봅니다.

발자욱을 맞춰 걸으려니 짧은다리가 힘들어합니다.

 

 

 

 

 

 

 

 

앞에서는 한 회원님이 미리 준비한 비닐을 깔고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가네요.

뒤따라가며 혹시나 한번 타보라고 비닐을 건네주지 않을까

이제나저제나 기다려도 흑 흑

그냥 한번 달라고 하면 될텐데 주변머리가...

그냥 주저앉았지요. 그러면 됩니다.

 

 

 

 

 

 

겉장갑을 벗었는데도 손이 시리지 않은것을 보니 이제 산행이 끝나가나 봅니다.

 

 

 

 

 

 

평창군의 마스코트인가요  참 귀엽습니다.

 

 

버스가 보이고 흰눈에 덮인 목장이 보이고

길 옆으론 황태가 촘촘히 매달려 있는 황태덕장이 보이는군요.

모진 추위와 매서운 바람을 견뎌내야만 맛있는 황태가 된다구요

 

 

 

 

 

 

 

 

살면서 가끔은

매서운 바람속에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아직 인생의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걸 보면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언젠가는

황태처럼

진한 맛을 우려 낼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