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촌 2016. 4. 18. 14:31

 

 

 

 

 

 

 

 

 

 

 

 

 

 

 

 

 

 

 

 

 

 

 

 

 

 

 

 

 

 

 

 

 

 

 

 

 

 

 

 

 

 

 

 

 

 

 

 

 

 

 

 

 

 

 

 

 

 

 

어젯밤의 비바람에 벚꽃은 다 졌으리라

개심사의 상징 청벚꽃은 아직일테지만

꽃대궐이 아니어도 좋고, 바람이 불어도 좋았다.

그냥 개심사의 풍경을 보며 여유롭게 걷고도 싶었고

108배라도 올리며 어떤 나를 내려놓고도 싶었다.

그런데 개심사는 너무 번잡했다.

휴대폰으로 사진 몇장 찍고는 임도길로 들어섰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아챈것일까

챙겨나온 카메라엔 메모리카드가 없었다.

 

마음을 완전히 비우기가 이리도 어려운 일이었던가

꽃동무에게 전화를 하니

우리집 문을 열지를 못하겠단다.

비밀번호를 알려줘도 못 여는 문이니 도둑맞을 일을 없겠군.

 

오히려 잘되었다싶기도 했다.

사진 찍기에 좋은 풍경만을 쫓아 욕심껏 셧터를 누르다보면

 돌아와서 아쉬움이 남을 때가 가끔 있었다.

렌즈로 보는 세상과는 또 다른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분명 있을텐데

그것을 놓친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이후 이름없는 숲길을 걸어 황낙지까지

생각보다 훨씬 멀었던 구불구불 임도길을 걸으며 보는 산빛이 너무 고왔다.

휴대폰까지 끊겨 온전히 혼자 걷는 길

동무들을 만나면 함께 먹으리라 준비했던 세 개의 빵은

때가 되어 하나,  다리가 아파 하나, 기다리면서 하나..

 

흑백알락이를 만나는 것으로 혼자 걷기를 끝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딱히 혼자 걷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었을뿐.

 

 

 

 

 

2016.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