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둘쨋날.....둘레길 3코스
추성리 계곡의 산철쭉
이른 새벽의 계곡을 만나봐야지.
계곡과 어우러진 산철쭉과도 놀아봐야지.
잠들기 전에 그랬었다.
그런데 어쩌다 잠을 놓쳐버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새벽 두시가 넘었다.
아침 식사 전에 잠깐 ...
숙소 옆의 계곡에서 산철쭉과 만났다.
그것도 다리 위에서 멀찍이 바라보거나 까치발을 들고 안타까이 바라봤다 ^^*
본래 둘레길 3코스는 인월에서 시작되지만 앞을 잘라먹고 장항마을에서 시작했다.
포장된 마을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보니
길옆이 모두 고사리밭이다.
둘레길이 생기고나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니 아무래도 손을 타는지
모두들 울타리를 둘러 보호하고 있었다.
땔감을 쓰려는 듯, 힘겹게 나뭇단을 옮기는 할머니
돌담아래 쭈그리고 앉아 돌담 틈에 작은 돌을 끼우는 아주머니.
논에 모내기 준비를 하는 아저씨.
길을 걸으며 만난 둘레길 사람들
돌담도 저렇게 수시로 틈을 채워주는구나.
산으로 올라가는가 싶으면 마을로 내려서고
또 내려가는가 싶으면 올라가기를 여러번.
마을길과 산길을 번갈아 오르내린다.
마을길은 그늘도 없고 포장이 되어 반갑지 않았지만
이내 산길이 나와주어 마음을 달래주었고
마을길 중간중간엔 먹거리가 있는 쉼터가 있어 쉬어갈 수 있었다.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지리산 둘레길의 논엔
논두렁의 물도 폭포처럼 떨어져내렸다.
구경하는 사람에겐 마냥 평화롭게만 보이는 농삿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농부의 딸인 나는 안다.
처음 보는 남도현호색
동구재 아래에서 잠시 쉬면서
배낭을 베고 드러누운 모습이 너무 편안해 보여서 한컷.
휴식이란게 별거 아니구나.
거창하게 좋은 곳, 좋은 음식,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그냥 아무데서나 몸 편안하고 마음 편안하면 그것이 휴식이겠구나.
동구재를 넘어 길손을 위해 만들어 놓은 평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산길을 걸으면서 뜯어 배낭 옆에 찔러 넣어 둔 우산나물 한줌을 넣고
민박집 아주머니가 재워준 고기를 볶았다.
씻지도 않은 나물이었지만 뭐 먼지도 지리산 먼지면 깨끗하겠지.
달달 볶은것이니 뭔 탈이야 있겠어.
나이도 많아, 술도 못 먹어, 운전도 못해....
그런데도 데려와 준 것이 고맙다.
맛있게 먹어주는 것이 내 몫인것 같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시간 때문에 조금 거리를 단축하느라 바로 내려섰는데
사유지라는 팻말과 함께 통행을 하지 말아달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아마도 농작물 때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생활터전인 현지인들에겐 이방인들의 잦은 발걸음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을것도 같아서
그 마음을 이해할것 같기도 하다.
서울의 이화벽화마을도 관광객들로 인하여 현지인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봤는데
둘레길도 그런 불편함이 없지는 않을것 같다.
저 가운데 능선의 한 봉우리가 천왕봉이란다.
이제 마을로 내려서면 길이 끝나겠구나 생각했는데
길은 산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오름길, 그리고 제법 가파른 내리막길에 접어들자 돌틈사이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제도 조금만 더 내려가서 탁족을 해야지 했는데
이틀동안 지리산 언저리를 걸으며
그 맑고 시원한 물에 발 한번 담가보지 못했다.
시내버스를 이용해 금계에서 마천으로 돌아와 길을 마쳤다.
가을 어느날의 섬 여행을 기약하면서...
2016. 4. 30일 토요일
장항마을~ 금계까지....둘레길 3코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