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오봉산
2016. 6. 18일 토요일
나홀로산우회를 따라서.
산이 고프던 차에 모두들 바쁜 일정이 생겨 산악회를 따라서 춘천 오봉산을 다녀왔다.
아직 가보지 않은 산이기도 하거니와
A, B 코스로 나누어 진행하기에
걸음이 느린 나같은 사람도 마음편하게 걸을 수 있다는것이 마음에 들었기때문이다.
하루전인데도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행여 B코스 신청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총무가 걱정을 한다.
혼자서 걸어도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지만 설마 아무도 없으려구.
A코스 : 큰고개~ 용화산~ 배후령~ 오봉산~ 청평사 ~ 주차장 15KM
B코스 : 배후령 ~ 오봉산~ 청평사 ~ 주차장 6KM
네명이 함께 걷게 되었다.
A팀을 큰고개에 내려주고 배후령으로 향하는데
한시간을 더 버스로 이동해야했기때문에 시간이 그다지 널널할것 같지가 않았는데
길을 잘못들어 청평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바람에 30여분을 더 길에다 허비해버렸다.
배후령이 해발 600미터라는데 오봉산 정상이 779미터라고 하니 200미터 정도만 고도를 올리면 되는 산행이다.
좀 싱겁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다지 쉽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더지 덥지 않아서 좋았다.
명순씨, 선자씨, 기러기님
눈많은그늘나비
경관이 꽤 아름다울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전체적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이 그다지 많지가 않았다.
가끔 멋진 노송과 바위가 있긴 했지만 기대에는 많이 부족했다.
다시만난 대왕노린재...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대왕의 포스가 제대로 느껴졌는데
땅을 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평범하게 보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 곤충도 예외는 아닌것 같다.
어느 산객들의 추모비
정상을 내려와 적당한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반찬을 준비해야되는것을 생각을 못하고 간식만을 챙긴채 덜렁덜렁 빈손으로 왔는데....
또 한사람이 나처럼 덜렁덜렁 빈손으로 왔다.
명순씨와 선자씨가 반찬 충분하니 걱정하지 말란다.
영양사로 일했다는데 과연 솜씨가 좋았다.
별스럽지 않은 고추장과 상추쌈, 실치볶음 마늘쫑무침이 다였는데
네명이서 먹기에 딱 좋았다.
희미하게 소양호가 보인다.
왼쪽 앞으로 보이는 능선이 하산을 하려고 했던 급경사길이다.
버스안에서 등반대장이 험한 급경사라고 겁을 주었는데
잘되었다싶어 기러기님과 급경사길로 내려오자고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명순씨가 그리로는 못가겠단다.
대안으로 둘씩 나눠서 하산을 하자고 하는데
달랑 네명인데 그럴 수는 없어서 완경사길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선자씨가 두번씩이나 미끄러져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흩어지지 않고 함께 내려온 것이 참 잘한일인것 같다.
선택한 완경사길....말이 완경사지 체감하기에는 60도 이상의 급경사가 계곡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가뭄에 발 씻을 계곡물이나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내려오면서 물소리도 제법 들리고
찰랑찰랑 흐르는 계곡물이 얼마나 시원하던지.
파로호변을 달려 배후령으로 오면서 어떤 나비가 보이려나 은근 기대를 했는데
산녹색부전나비와 줄나비 두 종류, 청평사 부근에서 독수리팔랑나비 정도만 만났다.
산녹색부전나비
왕세줄나비
세줄나비
힘들어서가 아니라 어서 내려가서 감자전을 먹고 싶어서
청평사를 둘러볼 생각들도 안하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선자씨의 고향이 홍천이라는데 엄마가 해주던 감자전의 맛이 그리워서 꼭 먹어야한단다.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다시 청평사로 올라올 생각이었으나
그 거리가 생각보다 너무 멀었고
주차장엔 벌써 A코스팀이 열명남짓 내려와 있었다.
배후령에 내려서고보니 다시 산을 오를 엄두가 나질 않아서 버스를 불러 내려왔단다.
집행부에서 준비한 과일이며 소라 등으로 푸짐하게 배를 채우고
주차장 근처 계곡가에서 후미팀을 기다리며 몇시간을 수다를 떨었다.
이름이 오봉산인데 정상석을 본 것은 오봉산 정상 하나뿐이었다.
봉오리마다 이름도 모르고, 몇봉인지도 모르고
오르락내리락 몇봉우리를 넘었다.
무사히 오봉산 산행은 마쳤지만 내려오고 나니 웬지 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