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구름처럼/소소한 이야기

해미읍성 달빛 시낭송

야촌 2025. 6. 15. 22:26

 

 

 

 

 

 

 

25.  6.  14일 토요일

 

해미읍성에서 달빛 시낭송회가 있었다.

삽교천에서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드론쇼는 오늘이 마지막이란다.

초등학교 동창들 모임 날이기도 했다.

 

선택을 해야 한다.

어디를 갈 것인가.

지인이 두 명이나 낭송가로 참여하는 시낭송회에 잠깐 들렀다가

친구들 얼굴은 잠깐 볼 수 있겠다.

 

작은 꽃다발에 손뜨개 소품을 하나씩 매달고 만나러 가는 길이 설렌다.

애인을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닌데 뭔 일이야.

저 앞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그 사람이 보인다.

몇 년 동안 많이 변한 내 모습을 알아볼는지.... 무심한 척, 지나치는 척 앞으로 걸어갔다.

뭔가 수상한 낌새가 느껴졌는지 잠시 쳐다보더니 반갑게 이름을 부른다.

 

드디어 시 낭송회 시작

시 "승무" 낭송과 僧舞가 어우러진 첫 무대와

중간중간 소프라노 김윤아 님의 노래와 피아노앙상블의 연주가 곁들여졌다.

조금은 일그러졌을 음력 19일의 달은 보지 못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친구들 얼굴을 보겠다는 생각은 잊어버리고 끝까지 공연을 지켜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제주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분위기 있는 목소리로 시낭송을 정말 잘 하는 친구였기에 문득 생각이 났다.

어느해던가 수화기에 대고 읽어주는 시를 들으며 얼마나 울었던지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라는 시였다.

오늘도 누군가가 그 시를 낭송했다.

 

 

 

 

식전 공연.   정다희 님의 가야금 연주

 

 

 

 

 

이애리 님의 승무

 

 

 

 

 

 

 

 

 

 

 

 

 

 

 

 

 

 

 

 

 

 

 

 

 

 

 

 

 

 

 

 

 

 

 

 

 

 

 

 

 

 

 

 

 

 

 

 

 

 

 

 

 

 

 

 

 

 

 

 

문화해설사로 일하는 지인이 낭송한 시를 적어 본다.

 

 

늘 혹은 때때로..    조 병 화

 

늘 혹은 때때로 /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 

얼마나 지금, 내가 /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 노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