水平.....문 태 준
단 하나의 잠자리가 내 눈앞에 내려앉았다.
염주알 같은 눈으로 나를 보면서
투명한 두 날개를 수평으로 펼쳤다.
(흰얼굴좀잠자리)
모시 같은 날개를 연잎처럼 수평으로 펼쳤다.
좌우가 미동조차 없다.
물 위에 뜬 머구리밥 같다.
(날개띠좀잠자리)
나는 생각의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는데
가문 날 땅벌레가 봉긋이 지어놓은 땅구멍도 보고
마당을 점점 덮어오는 잡풀의 억센 손도 더듬어보는데
내 생각이 좌우로 두리번거려 흔들리는 동안에도
잠자리는 여전히 고요한 수평이다.
한마리 잠자리가 만들어놓은 이 수평 앞에
내가 세워놓았던 수많은 좌우의 병풍들이 쓰러진다
하늘은 이렇게 무서운 수평을 길러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