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그 만남의 대상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가슴 설레이는 일이다.
꽃이나 곤충들과의 첫 만남도 그랬다.
생긴 모습...
살아가는 방법...
그 모든것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멍석딸기가 익어갈 무렵
청지천에서 만난 박주가리는
보송보송한 털에 쌓인 꽃송이가
얼마나 귀엽던지
잎에 매달려 있는 청남색잎벌레나 거미따위도 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리고 몇해 후 다른곳에서
박주가리를 아주 좋아한다는 이 녀석
"십자무늬긴노린재"를 만났다.
첫 만남은 역시 무척 신기하고 반가웠다.
등의 문양도 예쁘게만 보였다.
또 다른 꽃송이로 보일만큼 많은 노린재의 무리에 놀랐다.
그동안 어디에 있었을까
어찌 알고 찾아오는지 참 용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정도면
이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괴롭히는 것이 아닐까.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으니
그들이 박주가리를 아주 좋아한다는데
내가 뭐라 할말은 없지만
내가 박주가리라면...
제발 그들이 내게서 떠나주기를 간절하게 바랄것 같다.
뭐든 지나치면 탈이 나는 법
"십자무늬긴노린재"도 곧 해충 소리를 듣게 되는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