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6. 10
아마도 그날 부슬부슬 비가 내렸던것같다.
잠시 밖에 나와 하릴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얼굴에, 팔뚝에 툭 툭 떨어지는 빗방울의 느낌이 좋았다.
들어가려 되돌아서는 순간
누군가가
벽에대고 통곡하듯이 엎드려있었다.
빨리판을 닮은 커다란 더듬이
커다란 두개의 태극무늬가 인상적인 나방이었다.
마치 잘 짜인 도롱이를 둘러쓰고 비를 피하고 있는듯한 모양새였다.
제 모습으로 이름을 말해주고 있는
흰줄태극나방
어디 남의 처마밑으로 들어갈 넉살은 없었는지
하늘로 뻥둟린 벽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니
(흰줄태극나방)
그리고 나흘 뒤
스트로브잣나무숲에 손님이 오셨다.
직박구리가 한바탕 시끄럽게 떠들고 간 오후
살며시 새 한마리가 날아들었다.
카메라를 가지고 나올 동안 기다려줄까?
반신반의 하면서 다시 나오니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새 집터를 물색하러 오셨나
먹이사냥을 오셨나
멋진 모델이 되어주기로 결심이나 한양
한발짝씩 거리를 좁혀가며 다가가도 미동도 없이 바라만 보고있다
새들도 사람보는 눈을 있을테지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