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27일
산울림산악회 42명과 함께
무룡고개~ 장안산~ 중봉~ 덕산계곡~ 연주마을
2009년...
그 해 여름에 장안산을 걸었었다.
비가 주룩주룩 하루종일 내리던 날이었다.
하여 조망도 없었던 산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는 것과 등산로 옆에 떨어져 있던 노각나무 꽃 한 송이
그리고 발목까지, 때로는 정강이까지, 허벅지까지 마지막엔 허리까지 빠지며 건넜던
열네개의 계곡은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다.
갔었지만 알 수 없으니 갔었다고 말 할 수 없는 산
그래서 다시 가보고 싶었다.
해발 1237미터의 낮지않은 산이지만 산행들머리인 무룡고개가 920고지라는것이 희망을 갖게 했다.
또 한가지 다행이었던것은
엊그제까지만해도 길 나서기가 두려울만큼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몇방울의 비 뒤에 돌변했다는 것.
서늘함마져 느끼게 하는 바람이 너무나 반가운 하루였다.
무룡고개에 내리니 바람이 서늘하다.
완만한 오름길은 어제 내린 비로 축축하였지만 야자나무로 만들 덮개를 깔아놓은 덕분에
카 펫 위를 걷는 것처럼 푹신하니 부드러워서 좋았다.
영취산 갈림길은 어디였는지 모른채 지나쳐왔다.
발빠른 사람이라면 삼사십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고 안내를 했지만
그곳으로 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몇년전 영취산 산행 때 부전계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억새능선에 도착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시원한 바람에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억새꽃이 춤을 춘다.
오늘 장안산 산행은 억새능선의 풍경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산행이 되었다.
바람을 맞으며, 백운산 등 조망을 즐기며 한참을 머물렀다.
그리고 아래 사진의 멀리 보이는 지리산....
이때까지는 그냥 낮게 깔린 구름인가보다 했다.
나무 계단을 지나 숲에 묻혀 보이지 않는 계단만 오르면 장안산 정상이다.
푸른뫼님 왼쪽으론 구름위로 솟은 천왕봉이, 오른쪽으로는 반야봉(추정)이 보인다.
저곳까지 날아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남덕유와 서봉이 조망되고 그 오른쪽 뒤로 보이는것이 중봉쯤 되려나....
정상에 오르는 동안 물한모금 안 마시고 걷다니..
며칠전 같은 더위였으면 아직 반도 못 올라왔을텐데 벌써 정상이다.
혹시나... 정상석 위에 암끝검은표범나비라도 한마리 내려앉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바람때문인지 올라오는 동안에도 나비는 한마리도 없었다.
정상은 그늘이 없었지만 구름과 시원한 바람덕분에 기분좋게 쉴 수 있었다.
조망을 즐기다가 짐작되는 곳이 있어 "가야산은 어디쯤인가요?" 하고 누군가에게 물었다가
"거긴 경상도여" 하는 면박을 당했다.
이어지는 우문 "여긴 전라돈가요" ㅎㅎ
보일것도 같은데....
정상에서...당겨본 지리산
덕산계곡으로 내려오는 길은 무척 가파르고 미끄러워서 힘이 들었다.
천천히 걷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렸는데
나만 그런것이 아니었는지 몇명 회원들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깜짝깜짝 놀라곤했다.
계곡엔 물이 없어 발을 적실 염려없이 평지걷듯 편안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연주마을가지는 4km정도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편안한 오솔길로 이어졌다.
날머리에 도착해 운영진에서 준비한 점심을 맛있게 먹고도 한참을 계곡에서 놀았다.
지레 겁을 먹고 날머리에서 거꾸로 산을 타던 사람들이 길을 잘못들어
시간이 지체되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계곡에 내려가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 길에 들른 논개사당.
주변엔 넓은 인공호수가 있었지만 주어진 시간도 길지않고 풍경이 밋밋하여
그다지 걷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계단따라 세개의 문을 지나 만난 의암사
마침 문화해설사가 설명을 하고 있었다.
영정을 그린 화백얘기부터.....
거의 일년만에 함께하는 산행이었지만
두 분 선배님이 계셔서 든든했고 오랫만에 만나는 사람들도 모두 푸근하니 좋았고
제일 고마웠던것은 시원한 바람이었다.
이제 시작되는 가을...
산으로 향하는 마음을 어이할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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