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4일
산울림산악회 38명과 함께
영암체육관~ 산성대~ 광암터삼거리~ 바람폭포~ 천황사주차장
바위산 8km 산행에 4시간이라...
내 걸음으로는 죽었다깨어나도 갈 수 없는 산길이지만
그런데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건 지도의 마지막 문구 때문이었다.
※ 산행이 어려우신 분은 광암터삼거리에서 바람골로 내려가셔도 됩니다.
바람골로 내려서면 거리도 1km는 단축시킬 수 있을테고
멀리서 바라보는 구름다리의 풍경과 육형제바위 모습도 보고 싶었다.
게다가 동행한 친구 하나가 다리가 아프니 짧은 코스로 내려가자고하니
이래저래 잘되었다 싶었다.
운치있는 대나무 터널로 시작된 산성대입구에서부터 본격적인 암릉이 시작되는 산성대까지 이어지는 길은
가을로 향해 치닫는 가을들판과 영암시내풍경이 시원스레 내려다보며
아기자기한 암릉길을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일행이 큰 거리를 두지않고 모여서 걸은 길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풍경앞에 사진도 찍어주고, 찍히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걸었다.
멀리서도 눈에 띄게 열매가 빨갛게 익은 대팻집나무가 유난히 많았다.
산성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후해서 시골처녀나비가 보이기 시작했다.
멋진 암릉을 배경으로 삼아 사진을 찍고 싶은데
시골처녀는 별로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고 뒤꽁무니를 따라다닐 시간여유도 없으니
잠시나마 꽃에 앉아준것만도 고마워해야겠지.
뒤뚱뒤뚱 날아와서 참나무 꼭대기에 앉았던 뾰족부전나비가 다시 날아오른다.
올라갔던 계단을 다시 내려온다는것은 내겐 드문 일인데
그냥 돌아설 수가 없어서 다시 내려왔건만....
이제 본격적인 산성대의 암릉이 시작되었다.
그동안 숨겨졌던 비경이라는데...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오를수록 펼쳐지는 바위산
천황봉을 중심으로 갈래갈래 뻗어내린 바위산줄기.
어느새 일행들은 저만치 멀어져 보이지 않고 풍경은 발걸음을 떼기 싫을만큼 아름답다.
저기에 누가 있었으면....
저기에 내가 있었으면....
그저 풍경사진만 퍽 퍽 눌러 찍었다.
왼쪽의 빨간지붕이 산행기점이다.
그 무엇과 닮은듯은한데 뭐라 딱히 이름부르기가 거시기한 갖가지 형상의 바위들.
등반대장님이 조금 아쉬웠는지 단풍철에 올걸 하며 아쉬워한다.
여기에 단풍까지 들었다면.....
다른이들의 산행기를 봐도 이 부분의 사진이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
이제부터 펼쳐지는 풍경이 산성대코스의 백미일듯 싶다.
계단으로 잘 정리되어 위험한곳이 없는 대신에
바위와 시름하는 재미는 없었지만
눈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고인돌바위
광암터 삼거리가 멀지 않은듯 하다.
두시까지 산행을 마치기로 했는데 그 시간을 지키기는 아무래도 어려울것 같다.
그래도 마음이 조급하지 않은것은
밥을 굶으면 되니까. ^^*
또 다행인 것은 후미 여섯명중에 등반대장인 푸른뫼님이 끼어있으니 걱정할것 없겠다.
광암터 삼거리에 도착했다.
애당초 염두에 두지 않았던 천황봉을 올려다보니 까마득하다.
이정표상으로는 겨우 600미터.... 그 600미터가 어떨지 알기에 정상에서의 조망을 깨끗히 포기했다.
광암터 삼거리에서 천황사 주차장으로 내려서면서 걸어 온 길을 뒤돌아봤다.
내가 걸어 온 길이 저렇게 아름다운 길이었구나.
그 길을 걷는 순간에도 아름다움을 느끼며 행복했었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 더 아름답다.
저 길을 걸으면서 힘든 순간도 있었을테고, 아쉬움을 느꼈던 일도 있었을텐데
지나고보니 다른것은 다 지워지고 오로지 아름다움만 남아있다.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산이 좋은 이유가 또 하나 생긴것인가.
수다수러운 선배님들과 바람폭포로 내려서는 길
가파르고 곱지 않은 길이지만
구름다리를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새롭고 좋았다.
남녁도 가물었는지 멀리 보이는 저수지도 물이 별로 없고
바람폭포의 물줄기도 실처럼 가느다랗게 흐렀다.
육형제바위... 어디쯤부터 저 뒤통수를 계속 보면서 걸었을텐데 ....
가을 여인의 분위기를 내보란다.
내가 배우도 아니고...
어쨌든 돌멩이가 많아서 좋다.
주차장에서 올려다본 월출산
내려와서보니 몇명 보이지 않는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느긋하게 즐기면서 내려올것을....
내려와서는 항상 차려주는 밥상을 받았는데
오늘은 잠깐이나마 밥상을 차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애벌레 탐사하느라 끝까지 하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오늘은 산행도 기대가 되었지만
남녁에서 소식이 자주 들려오는 뾰족부전나비와 제주팔랑나비의 애벌레를 볼 수있으려나
은근히 기대를 했었다.
전문가가 알려준대로 주차장 주변의 강아지풀을 살피며 돌아다녔지만
초보인 내 눈에 띄일리가 있나.
남방노랑나비 한마리와 참취에 앉은 작은주홍부전나비를 덤으로 만났는데
주변에 뱀이 많다고 조심하라는 주인장의 말에
그냥 주차장으로 줄행랑쳤다.
차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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