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4. 1.
늘오름 산악회를 따라서.
주작산자연휴양림~ 흔들바위~ 475봉~ 서봉~ 동봉~ 만덕석재~ 소석문
어느 계절이든 산은 다 나름대로 아름다움이 있지만
진홍빛 진달래나, 푸르른 나뭇잎이
바위와 어우러진 덕룡산의 봄빛을 보고 싶었다.
마침 덕룡산을 가는 산악회가 있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천천히 걷는다는 다짐을 듣고서도 한참을 망설였다.
따라갈 산길도 걱정이 되었고, 진달래는 피었을까?
누군가 8일은 되어야 절정일거라고 하던데 말이지.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날씨였다.
습하고 흐린 날씨.
그래도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 기회가 오더라도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것은 분명한 일.
망설이다가 산행 이틀전에야 신청을 했다.
남녁을 향해 달리는 동안 길가 야산의 진달래며
환한 벚꽃 가로수길이 봄이 무르익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활짝핀 벚꽃너머 바위와 어우러진 진달래꽃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오름길 초입부터 반겨주는 벚꽃과 진달래, 동백꽃.
작천소령에서 올랐으면 산길은 약간 길어졌을지 몰라도
아름다운 조망을 보며 걸을 수 있을것 같았는데
이 코스는 475봉에 오를때까지 흔들바위를 제외하고는 조망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산길이어서 좋았다.
474봉을 올려다보니 먼저 도착한 회원들이 인증샷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보이는 경치는 정말 아름다웠다.
주작산 방향도 멋지고, 가야할 덕룡산 방향도 멋지다.
두륜산의 고계봉 가련봉도 보였지만 흐린날씨와 미세먼지로 뿌옇다.
이때까지는 걱정보다는 그냥 좋았다.
또 조금 마음이 놓였던 것은
신청자 명단에 없었던 상상님이 있었다는 것.
워낙 산을 즐기는 사람이라 빨리 걷지 않는다는 것을 아니까.
웃는 모습이 똑같이 닮은 부부
어디쯤에서 모야앉아 점심을 먹었다.
산악회에서 준비해준 도시락이었는데 밥이 넘어가지가 않았다.
미역국에 말아 겨우 몇숟가락 먹고는 과일 몇개로 배를 채웠다.
더위는 내게 완전 쥐약인데
습하고 더운 날씨에 몸이 힘이 들었나보다.
뒷처리를 남은 일행에게 부탁을 하고는 먼저 출발했다.
그리고 오늘의 산길 중에서 제일 편안하고 아름다운 길을 혼자 걸었다.
후미에 함께한 두 쌍의 부부와 상상님 그리고 나.
일행들이 암봉을 오를동안 우회길로 저만치 앞서가나 싶으면
금새 일행들이 따라왔다.
서봉을 패스하고 우회길로 접어드는데
마주오던 산행객이 정상인데 찍고 가야지 그냥가면 어쩌냐고 하신다.
나도 맘이야 굴뚝같지.
우회길이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다 생각되면서도 아쉽기도 하다.
몇년전에만 왔더라도
저 고지를 포기하는 일은 없었을텐데.
하지만 이렇게 올려다보는것만으로도 좋다.
힘이 들어 사진찍을 힘도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아름다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있었다.
이후로 동봉까지 일행들과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며 겨우 동봉에 도착했다.
앞으로 가야할 소석문까지 2.53km.
내 걸음으론 빨라도 두시간 반 이상은 걸릴텐데....
아무래도 무슨 결단을 내려야할것 같다.
그냥 천천히 걸어 소석문까지 가고 하루 묵어야 하나.
그런데 다행히 만더석재?로 내려서는 0.8km의 하산길이 있었다.
짧은만큼 가파른 너덜길이었다.
내려서니 안내판에 택시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고맙게 생각하며
택시를 불러타고 소석문에 도착하고 보니
먼저 택시를 타고 온 사람들도 있었고
이후로도 계속 택시가 들어왔다.
나같은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점심시간까지 주어진 시간은 5시간 30분.
갈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나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나보다.
나 같은 사람은 산악회를 따라서 갈 산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샛길이 있어 시간에 늦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더 늦기 전에 다녀올 수 있어 행복했던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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