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이 굽이굽이 그렇게 길게 흐르는 강인줄 알지 못했다.
대전이나 공주를 지나 군산에서 바다로 흘러든다는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지도를 보니 전라도 장수의 어느 산자락 작은 저수지에서 시작되는 금강은
용담호를 지나고 대청호를 지나고 굽이굽이 여러동네를 흘러 서해로 흘러들었다.
천리도 더될것 같다.
그 금강을 끼고 도는 금강 벼룻길과 무주 잠두길을 걸었다.
2018. 4. 14일
푸른산악회원 34명과 함께
맑았던 일기예보에 어느날 갑자기 파란 우산이 그려지더니
끝내 토요일 비가 내렸다.
어쩔거나.... 고민을 했다.
벚꽃이 피고, 복사꽃이 피고, 신록이 반짝이는 길이라하니
우산을 쓰고 걷는것도 괜찮을것 같았다.
모두들 고민이 많았는지 예비자가 넘쳐나던 산행계획이었는데
열자리나 비어서 출발을 했다.
비옷을 입고도 우산을 써야할만큼 제법 비가 내렸다.
부남면 어디쯤에서 출발을 했다.
출렁다리를 지나고 몇개의 데크길을 지나 강가의 자갈밭에 할미꽃이 지천으로 피어있었다.
아마도 씨를 뿌려놓은듯했다.
이제부터 왼쪽에 강을 두고 좁은 산비탈길을 걷는다.
주변에 금낭화며, 매화말발도리, 현호색 등등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있었다.
앞에 우뚝 솟은 바위가 나타났다.
왜 이름이 각시바위일까?
전설에 의하면
아이를 낳지 못해 시어머니에게 구박을 받던 며느리가
새벽에 몰래 집을 나와 벼랑에서 기도를 하자
바위가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는데
그것을 본 시어머니가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멈추고 말았단다.
그 바위를 농수로로 쓰기위해 오래전에 인공적으로 굴을 뚫었다고 한다.
강가에 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었다.
.
상굴교를 지나면서부터 오른쪽에 강을 끼고 걷는 벚꽃길이다.
비가 와서 벚꽃잎이 많이 떨어졌지만
며칠전만해도 참 화사한 길이었겠다싶다.
하지만 잃는것이 있으면 얻는것도 있는 법
날이 맑았으면 볼 수 없는 특별한 풍경들이 모두의 마음을 들뜨게 했고
강가 산자락의 산벚과 신록이 어루러져 아름다운 봄풍경을 보여주었다.
뭔가 아쉬운 느낌...
이게 끝이 아닌것 같은데 점심식사장소로 이동을 했다.
푸짐하게 차려진 식탁보다
식당 앞의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늘 봤던 풍경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인것 같은데..
그 길이 금강 마실길 중 제일 아름다운 잠두길이라고 한다.
저 길을... 잘라먹는단 말인가
모두들 비슷한 마음이었는지 점심 후에 잠두길을 걸었다.
사람 마음이 변덕스러워서
배가 부르고 옷도 축축하고...
쉬었다가 다시 걸으려니 귀찮은 생각도 들었지만
한사람도 빠지지 않고 차에서 내렸다.
이 길의 산벚은 유난히 분홍색이 돌았다.
산벚과 복사꽃, 조팝나무, 연두빛 잎새들...
풍경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종점인 잠두교에 도착했다.
모두들 새로 난 큰 길로 가는데
좁고 낮은 옛 다리로 내려서는 우리를 보고 등반대장이 소리쳤다.
버스를 타고 기다리라고....
그런데 다리위에서 보이는 풍경에 취해 그만 잊어버리고 말았다.
버스가 어디 있는지...
버스를 타야 한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결국엔 떠난 버스를 되돌리는 사단을 만들고 말았으니..
우리는 우리대로 다른 회원들에게 미안했고
집행부에서는 또 자신들의 불찰이라며 미안해했다.
비를 맞으며 아름다운 길을 걸었던 특별한 날로 기억될
금강 벼룻길, 무주 잠두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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