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도는 몇해전부터 정말 가보고 싶은 섬이었다.
눈앞에서 수천 수만의 새들이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풍경은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데
실제 눈앞에서 본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넓적부리도요 등 세계희귀조를 볼 수도 있는 곳이라는데
그런것은 상관없었다.
꿈에 그리던 유부도에서
어느새가 나는지
왜 나는지도 모른채
그냥 황홀경에 빠져서 아예 셧터를 계속 누르고 있기도 했고
이쪽 저쪽 사방에서 한꺼번에 날아오를 땐
어디를 찍어야할지 몰라서
아예 카메라를 내려놓고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집에 돌아와 눈을 감고 누우니
새들이 눈앞에서 휘리릭 휘리릭 막 날아다녔다.
파도소리도 있었고, 새들의 나는 소리도 있었을텐데
마치 음소거 된 동영상을 보는것처럼
소리에 대한것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꿈 같은 하루, 멋진 선물같은 시간, 너무너무 행복한 추억으로 남은
유부도의 하루였다.
추위에 떨었던 시간조차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초록섬을 구름인듯, 안개인듯 휘감은 도요와 물떼새들의 군무
초록섬은 내가 임의로 이름붙인 섬. 지도를 보니 "묵도"인듯 하다.
유부도는 배가 있어도 아무때나 갈 수 있는 섬이 아니었다.
지금까지는 배만 있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곳이 섬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약속시간보다 한시간쯤 일찍 도착하여
선장님께 연락을 했다.
"일찍 도착했는데 지금 데리러 와 주실 수 있을까요?"
대답은 당연히 NO였다.
서천의 15개 섬 중에서 유일한 유인도인 유부도는
선착장이 따로 없기 때문에 물때시간에 맞춰서 배를 타야 한다.
군산에서 배를 기다리면서 바라본 등대와 유부도
앞의 갯벌에 물이 들어와야 배를 탈 수 있다.
유부도의 행정구역은 충남 장항이지만 주민들의 생활권은 군산이란다.
장항에서는 8KM, 군산에서는 1.5KM라니 그럴수밖에.
마을 주민 두명과 선장님 포함 모두 6명이 배를 탔다.
아직은 수심이 얕아서 방파제 아래에서 내렸는데
이럴땐 방파제 위까지 짐 나르는것도 쉽지 않겠다.
갈매기. 뭔 갈매기?
저어새
경운기를 타고, 중간에 할머니를 내려드리고 가느라고 마을길을 구불구불 가는데
마을 풍경을 찍고 싶어도
경운기가 얼마나 털털거리는지, 떨어질까봐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오는 길에 겨우 담은 대나무 담장
예쁘게 색을 칠하고 가장자리에 모두 구멍이 뚫려 있다.
서로 엮기 위한 구멍도 아니고, 그 이유가 궁금한데
다음에 다시 가게되면 물어봐야겠다.
섬 북쪽 바닷가에 도착했다.
멀리 검은머리물떼새가 보이기는 하는데
만조시간이 4시라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것 같다.
그래도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도요들과 물떼새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저 많은 새들 가운데 넓적부리도요가 있다고 알려준들 찾을 수나 있을까?
오늘 유부도를 찾은 꽤 많은 탐조객들 중에서
두명은 넓적부리도요를 봤다고 한다.
애당초 기대도 하지 않았기에 아쉬움도 없다.
하지만 멀리 날아가서 돌아오지 않은 검은머리물떼새는 조금 아쉬웠다.
좀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는데.
여러번 유부도를 방문한 사람들도 이렇게 많은 새가 모여있는 풍경은
만나기 쉽지는 않은것 같은데
첫 방문에 이런 대박의 행운을 얻었으니 횡재한 느낌이다.
이날 흰물떼새와 민물도요가 제일 많았다는데
부리가 긴 것은 도요새요, 부리가 짧은것은 물떼새라
그냥 그 정도밖에 구분을 못하겠다.
왕눈물떼새도, 송곳부리도요도, 뒷부리도요도 있었다는데
저기 어딘가에 있었겠거니 해두자.
유부도에서 많이 잡힌다는 동죽 껍데기.
추워서 더 있으라고해도 못 있겠다.
경운기를 타고 다시 배 타는 곳으로.
제법 센 물결에 쫄긴 했지만
돌아오는 길이 너무 즐거웠다.
돌아서서 금방이라도 또 가고 싶어지는 유부도.
검은머리물떼새가 더 많아질 겨울에 다시 기회를 만들어봐야겠다.
2021. 10. 21. 토요일.
섬에 가고 싶었던 그녀
새를 사랑하는 그녀
기변 후 첫 출사인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