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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이야기/꽃. 나비 탐사일기

화야산의 들꽃

 

 

2012. 04. 08

 

 

잊지 않을 것이다.

오늘을

들바람꽃과 청노루귀와 처음 만난 날을

화야산 가는 길

뾰루봉 등산로 입구에서 들바람꽃을 만났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잠시  토라진 것일게야.

딱 걸렸어

반가운 마음 들킬까봐 못본 척 고개 돌리고 미소짓고 있잖아.

 

뒷태가 고운 들바람꽃

 

 

 

 

 

주차장엔 이미 자동차들로 가득차고

기대에 부푼 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보였다.

 

(계곡 입구에서 만난 개감수)

 

 

산길 초입의 자그마한 암자 운곡암

소박하다 못해 남루해 보이기까지 하는

 대웅전이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이는 듯 했다.

내려오면서 보니 저쪽 옆에 새로이 지은 대웅전이 있었다.

 

 

 

산길에서도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건강한 두 다리와 허기를 채울 약간의 음식으로

이렇게 행복으로 충만할 수 있다는것.

대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인것 같다.

 

 

(멧팔랑나비)

 

 

암갈색 날개에 총총 박힌 별같은 점..점.. 예쁘다.

부자의 수집채에 걸려 망 안에서 파닥이는 나비를 꺼내 

아이의 아버지가 가슴을 지긋이 눌렀다.

아이가 설명을 해준다.

"나비는요  가슴을 누르면 기절을 해요"

 

채집을 당한 멧팔랑나비의 봄은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박제로 만들어 준다니 너무 서러워하진 말기를.

 

멧팔랑나비는 봄에 제일 먼저 나타나는 나비란다.

 

( 관중?  고비?  뭔지 모르겠다. 말린 새우같기도 한 이런모습 처음이다 )

 

 

멧팔랑나비에게  잠시 한눈이 팔린 사이

일행들이 사라졌다.

저만치 앞에 걷고 있겠지

벌써 꽃앞에 엎드려 있을지도 몰라

계곡 건너편의 사람무리들을 살피며 걷느라

첫만남인 청노루기를 만나도 데면데면

어여쁜 얼레지를 만나도 데면데면....

 

 

 

 

 

 

어느덧 허름한 화야산장에 도착했다.

잠시 망설이다 정상 이정표를 보며 등산로로 접어들었다.

왜 하필 그때

처녀치마는 정상에 가야 만날 수 있다는 얘기가 생각났는지.

필시 두명은 그 아이를 만나러 올라갔을거야.

따라잡기는 글렀고 슬슬 뒤따라가볼까

다른 두명은....?

나를 두고 그렇게 멀리 갔을리가 없는데

 

 

( 꿩의바람꽃) 

 

 

이제 일행과 만나는 일은 나중으로 미루어야겠다.

얼음에 덮힌 계곡을 지나 초입의 완만한 오름길

주변엔 하얀 꿩의바람꽃이 군락을 이루었고 얼레지는 아직 봉우리상태였다.

 

 

 

 

 

길가의 나무들은 이름표를 달고 서 있었다.

음...

네가 야광나무였구나

다시 만나도 알아볼 재간은 없지만 한번씩 다시 쳐다보며 정상을 향했다.

 

 

 

 

 

1.3킬로

앞으로 정상까지 더 가야 하는 길이다.

 

 

 

 

300여미터  더 오르다가

산비탈 아래로 낙엽을 몰고  달려오는 바람을 만났다.

저 낙엽을 따라서 나도 다시 내려가야 하는건 아닐까

생각속에서도 허기가 밀려왔다.

쑥전이며 절편 바나나

배낭에 주섬주섬 넣어둔 먹거리를 조금씩 꺼내어

허기를 채우고 있는데

산행객 몇명이 내려오고 있었다.

 

" 저 혹시... 이런 두건 쓴 여자분 2명 못 보셨나요? "

 

(만주바람꽃)

 

 

산길에서 비껴선 능선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긴 했지만

그중에 두건을 쓴 사람은 없더란다.

가파른 깔딱고개를 한참을 올라가야하니

일행과 헤어졌으면 내려가서 기다리는게 좋을것 같단다.

동감..

 

(큰괭이밥)

 

 

이제 나비와 놀  여유도 생겼다.

"나 잡아봐라~" 약올리듯 앞에서 나풀거리는 나비의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녔다.

처녀 뒷꽁무니를 따라다니던 동네총각의 마음이 이리 두근거렸을까?

그래도 그이는 뉘집 처자인지는 알고 따라다녔겠지.

 

(네발나비과의 뿔나비)

 

 

혹시나 하고 지나는 등산객에게 물으니 네발나비란다.

발이 네개인것은 분명한데

네발나비는 내가 아는 나비인지라...

나중에 알고보니 네발나비과의 뿔나비란다.

어른의 모습으로 월동을 한다하니

이 따스한 봄볕이 얼마나 반가웠을꼬

 

 

 

 

이쪽저쪽 돌아가며 신방을 엿보는 불청객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달무리무당벌레...검은점 둘레에 달무리처럼 흰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단다(최원교나비대장님 블로그에서 ) )

 

 

다람쥐도 봐주고, 무당벌레도 들여다보며

다시 화야산장에 도착했다.

저 밑에서 점심을 먹으며 두건 쓴 아지메가 같은 두건을 쓴 아지메를 찾더라고

계곡가 있던 어떤이가 소식을 전해주었다.

아~  볼품없는 이 두건의 실용성이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

 

(돌단풍)

 

한결  마음 가볍게 내려오는 길

계곡의 바위에 뭔가가 눈에 번쩍 띄었다.

어머나..

활짝 핀 애기괭이눈

물에 반사되는 빛을 받아 더 눈이 부시다.

 

(애기괭이눈)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내려올 때 보았네

 

내겐 대부분 그 반대로 내려올 때 보다 올라갈 때 더 많은 것들을 보았지만

오늘은 싯귀 그대로였다.

역시 마음의 여유가 더 많은것을 보게 하는구나

 

 

 

잠깐잠깐 청노루귀와도 수인사를 나누고

얼레지와도 눈맞춤했다.

 

참 이상도 하다.

내게 은밀하게 전할 무슨 얘기라도 있는것일까

경기도의 산들은 나를 홀로 걷게 만드니 말이다..

연인산이 그랬고 지금의 화야산도 그랬다.

 

 

 

 

얼마를 내려왔을까

계곡건너에 두 여인이 눈에 띈다.

참  저들이 이리 반가운 사람들이었구나. 새삼스럽다.

두건 쓴 세 아지메들이 다시 뭉쳤다.

 

 

 

기다리지 않았다고 투정을 하는 내게

큰괭이밥이랑 만주바람꽃을 만나게 해 주겠다면서

기꺼이 왔던길을 되짚어 올라갔다.

 

(촛점도 제대로 못맞춘 댓잎현호색)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만난 큰괭이밥과 만주바람꽃

그리고 계곡 입구에서 만난 돌단풍

 

 

 

 

꽃에 홀려 나를 잊은 채 하루를 보냈다.

사람들의 발걸음에 치인 꽃들이

몸살 앓는 일 없기를

저들의 봄날이 찬란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