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저수지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어둠과 함께 잿빛 구름이 밀려온다.
차창으로 쨍 하니 비쳐드는 햇살때문에
즉흥적으로 버스에서 내려 향한 길이었다.
데리러 와주겠다는 그녀의 마음만 고맙게 받기로 하고
터벅터벅 걷는 길 옆에 회화나무꽃잎이 허옇게 떨어져있다.
문득 해미읍성의 호야나무가 궁금했다.
꽃을 피웠을까?
나무를 보는 눈이 없으니 그것이 회화나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없었고
성지순례자들이 꼭 보고 가는 그 나무를
그냥 "호야나무"라는 그런 나무가 있나보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어스름 속에서
순교자의 피처럼 허옇게 흐드러진 꽃송이가 보였다.
제 몸통에 매달려 사람들이 죽어가던 그 해에도 나무는
꽃을 피웠을까?
큰 슬픔속에서도 밥숱가락을 입에 넣어야 하는 이들의
슬픔만큼
나무도 슬펐을까?
그 길에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아들을 군에 보내놓고는 휴대전화소리에 조금은 신경을 더 쓰고 있는 덕분인지
차량들의 소음속에서도 용케 벨 소리를 들었다.
응~ 아들~~
반가움에 목소리가 높아졌다.
몇분 되지도 않았는데....뒤에서 그만 하라고 한단다.
자대배치 받으면 연락해~~
전화를 끊고 나니 그때서야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물이 핑돈다.
어둠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