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2일
유일사주차장~ 유일사~ 장군봉~ 천제단~ 망경사~ 당골
너무 머언 태백산이지만
산행도 할겸 보고싶은 꽃도 있고 해서 계획했던 산행이었는데
길잡이가 부득이한 사정이 생겨서 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놓친 고기가 더 커 보인다했던가요
갈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더 가고 싶어지는 이 마음은....
다행인지 겨울산님의 가야산번개에 아직 동행의사를 밝힌 회원님이 안계셔서
태백산의 길잡이가 되어줄것을 부탁했지요.
제일 절실하게 가고 싶었을 또 한명의 친구가 부득이하게 함께 할 수 없어서
아쉽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함께 할 날을 기다려봅니다.
오늘 길잡이가 되어준 겨울산님입니다.
다섯시 30분 출발... 그 시간이면 요즘은 새벽도 아니네요
조금 달리자 벌써 훤히 떠오른 아침해.
강원도 가는 길을 훤히 꿰고 있는 겨울산님 덕분에 더 일찍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오는 도중에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는데
국도변이라그런지 이른시간에 문을 연 식당을 찾을 수가 없네요.
몇가운데 헛탕을 친 후에야 겨우 "아침밥됩니다" 라는 안내문을 내건 식당을 만나서.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누가 갑인지 누가 을인지 식당 주인은 벌써 꿰뚫어 본 눈치입니다.
여태 힘들었다면서 아주 당당하게 음식을 한가지로 통일을 해달라고하는군요.
청국장을 먹고 싶었던 사람도
된장찌개를 먹고 싶었던 사람도
"김치찌개" 로 통일.
어디서나 을은 서럽지만..그래도 김치찌개는 맛이 있었답니다.
오늘의 산행 컨셉을 "따라하기"로 정한 운무님
팀의 막내답게 귀엽네요 ^^*
유일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승용차들로 주차장이 제법 메워져있습니다.
꽃산행으로는 사길령의 능선길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좀 힘들더라도 조금이라도 짧은 코스로 오르기 위해 유일사매표소에서 출발했지요.
함께 한 다섯명 중 두명은 이미 본인 스타일의 산행을 포기한듯
오늘 산행의 컨셉은 "따라하기"라나요.
산길에 접어들자 제법 가파른 오름길엔 미나리냉이가 숲을 환하게 밝히고
벌깨덩굴이랑 광대수염 풀솜대가 한창입니다.
한번 들은 이름들을 잊지않고 줄줄 읊어대는 운무님.
이제 야생화의 매력에 빠져든것 같네요.
애기괭이밥 잎을 보고 무엇이냐고 묻는데 얼른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큰괭이밥보다 작으니....작은괭이밥이라고 알려주었네요.
요즘 나비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맑음님
꽃들이 많으니 나비들도 많습니다.
서산에서 볼 수 없는 나비들이어서 더 반갑고 기쁩니다.
사길령 삼거리에서도 모시나비를 만날 수 있었는데
나중에 주목군락지 근처에서 줄딸기에 매달린 모시나비를 실컷 볼 수 있었지요.
커다란 잎새위에 힘없이 고개를 누이고 있는 당개지치도 만났는데
그런 모습으로라도 첫 만남을 기록해둘걸....후회가 됩니다.
숲알락팔랑나비...맑음님한테 배웠지요.
이름이 재미있네요. 거꾸로여덟팔나비
날개가 맑고 고운 모시나비
한계령풀은 한창 결실을 맺고 있었는데
다들 푸르름이 짙어가는데 유독 한계령풀만이 누렇게 시들어가는 모습이었고
열매들도 건들면 툭 하고 떨어져내리네요..
눈속에 파묻혀 힘겹게 고개를 내밀던 사진속의 한계령풀 군락지의 모습...바로 이곳이 그곳인가 봅니다.
유일사 갈림길에서 유일사로 향했습니다.
태백산은 이번이 세번째인데 유일사를 둘러보기는 처음이네요.
단체산행을 따라오면 걸음 따라가기가 버거워 꿈도 꾸지 못하던 길이었지요.
평탄한 오솔길을 따라가다가 돌길을 가파르게 내려섭니다.
내려서는 너덜지대에서 처음 보는 나무를 만났는데
유일사까지 가는길에 제법 많이 보이더라구요.
산겨릅나무를 닮은 잎새에 연두빛 꽃송이를 위로 곧추세워 꽃을 피우고 있어
무슨나무일까 참 궁금했는데
겨울산님이 "부게꽃나무"라고 알려주십니다.
지리산에 이어 두번째 만남인 시닥나무도 꽃을 활짝 피우고 있어서 너무 반가웠지요.
더러 청시닥나무도 보였는데 늘어진 꽃송이가 핀것인지 진것인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유일사 입구의 오솔길이 호젓합니다.
부게꽃나무
위 : 시닥나무 암꽃
아래 : 시닥나무 수꽃
처음보는 유일사의 느낌은....속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더러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전답자들의 행태가 있었던듯
눈총을 받으면서도 화단에 있는 복주머니란을 찍어봅니다
처음만남인데 어찌 그냥 보고만 갈 수는 없었으니까요
절집에서 찍은 꽃이라서 그런가
찍어온 복주머니란 사진에서 어렴풋한 반가사유상의 이미지가 느껴집니다.
유일사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면서부터 본격적인 꽃산행길이 이어집니다.
그렇게 보고싶던 두루미꽃도 천지에 널려있고
금강애기나리도, 자주솜대도, 큰앵초도 여기저기 많이 피어있습니다.
처음보지만 낯설지않은 노루삼
그리고 오늘 노랑무늬붓꽃과 더불어 제일 보고싶었던 참기생꽃과의 만남.
누군가가 개별꽃과 별반 다르지 않다하여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단아한 느낌의 반짝반짝 빛나는 흰 꽃잎이 참 예쁩니다.
큰앵초
두루미꽃
참기생꽃
산앵도나무
자주솜대
금강애기나리
무슨 냉이종류인지
노루삼
어느 계단옆에서는 딱 한번 회목나무를 보았지요
잎 위에 동글동글 꽃봉오리를 올려놓은것이 특이해서
한눈에 보아도 회목나무인것을 알아보겠는데..참 아쉽습니다.
나무꽃중에서 제일 보고 싶은것이 회목나무 꽃이었거든요.
회목나무
주목 군락지를 앞에두고 점심도 먹을겸 나무그늘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천천히 걸었는데도 힘에 부쳤는지 밥을 먹을 수가 없네요
과일만 겨우 몇개 먹고는 먼저 일어섭니다
겨울 태백산의 상징인 주목 군락지
태백산의 여름과 그 주목들의 여름풍경은 어떨까 궁금했었는데
그 구간을 아주 천천히 홀로 걸었습니다.
겨울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답고 위용이 넘치는 모습입니다..
이 멋진 풍경들 앞에서
내가 찍어줄 사람도, 나를 찍어줄 사람도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네요.
그래서 지나는 산행객에게 한장 부탁해봅니다.
다시 일행들과 합류하여 같이 또 따로 걷는길
저만치 장군봉이 보이고 철쭉으로 산빛이 환합니다.
풍경에 취해 천제단을 향해 생각없이 걷고있는데
앞서 걷던 운무님이 "노랑무늬붓꽃"을 발견하여 한참을 머물었지요.
천제단에서 기다리던 푸은이님이 그 소식을 듣고 전사처럼 씩씩하게 걸어옵니다.
푸른솔님은 지금 야생화와 열애에 빠져있답니다.
노랑무늬붓꽃
천제단아래에서 꽃과 노는 동안
시간은 벌써 세시를 넘어가고 있다네요.
먼길 돌아가려면 이제 하산을 서둘러야할것같습니다.
이제 웬만해선 눈길주지 말고 열심히 걷기만하리라 생각했는데
태백산은 그리 쉬이 발목을 놔주지를 않습니다.
아직 진달래도 남아있네요
화사한 야광나무. 꽃이 져서 아쉬웠지만 잎맥이 아름다운 가침박달나무
이름표가 붙어 있어 참 좋더라구요.
감자란과 계곡을 환히 비추고 있는 물참대.
거기다 팔랑팔랑 나비까지.
시원한 계곡물소리와 함께 걷는 발걸음이 더디지만 참 즐겁습니다.
물참대
가침박달나무
5수성이 많은것 같은데 나래회나무라는 이름표가 붙어있다.
감자난
꿩의다리아재비
벌깨덩굴
빛이 고와서 찍었는데...수피가 초록인것이 혹시 산겨릅나무? 아니면 부게꽃나무?
계곡의 크기에 비해서 소가 없다는 운무님의 말
그러고보니 그저 흐르기만 한다.
은난초
먼길 운전에 수고해주신 겨울산님과 운무님 덕분에
태백산의 초여름을 마음껏 느끼고 왔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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