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도 가자 그랬다.
비가 오면 천천히 산길을 걸어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그래도 오는 동안 날이 개어주기를 바랬다.
기도를 해볼까?
저 필요할 때만 기도한다고 노해서 더 안들어주실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부슬비가 여전히 오락가락 하는 상원사를 한바퀴 둘러보았다.
먼 기억처럼 희미한 안개가 피어오르는 산자락과
물방울을 한껏 머금은 풀숲의 꽃들이 제법 운치있어 기분이 좋았다.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폴 폴 날아다니는 조흰뱀눈나비가 있어 심심하지도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처마 밑에서 서성이는 우리를 보고
스님 한분께서 말씀하신다.
차라리 카메라를 내려놓고 포행을 하시는건 어때요?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적멸보궁 입구까지도 걸어보고, 북대사 가는 길도 걸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상원사를 한바퀴 돌아보고 북대사로 가는 임도로 들어섰다.
길 옆에는 물봉선 등 이런저런 꽃들이 피어있고
큰점박이푸른부전나비의 식초라는 오리방풀이 거북꼬리와 뒤엉켜 있었다.
둘이 함께 있어 잎맥을 살펴보니 차이가 있어 이제 그 둘을 구별할 수 있을것 같다.
혹시나 큰점박이...도 오늘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흰물봉선
참좁쌀풀
병조희풀
북대사 가는 길을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햇살이 쨍 하니 얼굴을 내밀었다.
욕심을 버리리라 했던 다짐은 햇살 한줄기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홍줄나비가 내려와서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은 조바심에
서둘러 다시 찾은 상원사에는 여전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만 접기로하고 월정사 부근의 공터로 내려갔는데
몇킬로 거리밖의 그곳은 맑지는 않아도 간간이 푸른하늘과 햇살이 비취고 있었다.
하여 또 희망을 안고 상원사를 두번이나 왕복했지만
아무래도 홍줄나비는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북방이 아니어서 아쉬웠던 거꾸로여덟팔나비
선녀부전나비
까마귀부전나비...휙 날아오른 뒤 모습을 감춰 아쉬움이 많았다.
귀여운 상원사의 다람쥐
산왕물결나방
오락가락 가랑비 속에
상원사 탐사의 대미를 장식해준 산왕물결나방
대낮에 바위에 붙어 꿈쩍을 안한다.
그 크기에 압도당하고
섬세한 물결문양이 정말 아름다운 나방이었다.
그냥 크기와 문양만 보고 맑음님과 이름을 조합해서 왕물결나방이라고 불렀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 이름이 맞았다.
다만 왕물결나방은 배 마디의 구분선에 갈색의 털이 있어 산왕물결나방과 구별이 된다고 한다.
주말마다 흐린 날씨가 야속하지만
장마철에 이만하면 복이다 생각해야지.
오대산의 나비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안녕.
2016. 7.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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