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니 더운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더워도 너무 덥다.
한낮에는 어디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데
이럴 때 내려와 내 발목을 잡아준 딸이 고맙기까지 하다.
목장길과 시간이 되면 잠홍지까지 한바퀴 돌아볼 생각으로
딸을 배웅하며 늦으막히 집을 나섰다.
땀이 비오듯 한다는 것이 이런것이구나.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는데도 땀이 줄줄흘러내린다.
아직 물결나비도, 흰점팔랑나비도 너무 이른데
내가 여길 왜 가고 있을까.
이 더운데 말이지.
사상자
암먹부전나비
사상자와 짚신나물 나비나물 물레나물 등 꽃들과 눈맞춤하며 언덕에 올라섰다.
그래도 좀 높이 올라왔다고 그러는지 바람이 간간이 불어주었다.
흔하디 흔한 나비들도 별로 보이지 않고 굴뚝나비만 바글바글하다.
짚신나물
자귀나무
나비나물
물레나물
꽃에 내려앉는것을 보니 굴뚝나비야 너도 나비였구나.
물결나비 아지트엘 갈까 말까
이왕 왔으니 헛탕치더라도 가봐야지
우거진 풀숲에 산해박이 고개를 내밀고 왜박주가리는 어디에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다.
시들어가는 하늘말나리 한송이
누가 봐주는 사람이 있었을까 싶어 선심쓰듯 사신에 담아본다.
장구밥나무도 여러그루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는데
암꽃은 보이지 않고 모두 수꽃뿐이었다.
버스시간을 살펴보니 지금 내려가면 딱 맞을 것 같았다.
걸어온 우거진 숲을 생각하니 반대쪽으로 가는것이 낫겟다싶어 성왕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섰는데
웬걸
내 키를 넘는 싱아와, 서로 어우러진 줄딸기가 걸음을 붙잡는 바람에
눈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선택은 세 가지
다음 버스까지 기다리느냐
아니면 광장까지 걸어가느냐.
둘 다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내가 선택한 마지막 방법은.... 버스를 타는 것이었다.
이름은 들어본것 같은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돌아서 가는 버스.
오랫만에 해보는 버스투어도 나름 재미있었다..
예전에는 비 오는날 첫번째 오는 버스를 타고 한바퀴 도는 일을 몇번 한 적이 있는데
더운 날에 시원한 버스를 타고 내가 모르는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보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 될수 있을것 같다.
2016. 7. 10.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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