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함을 느끼면서도 꿈쩍도 하기 싫다.
오전내내 빈둥거리다 팔봉산에다 다녀올까 하고
구도행 버스시간표를 살펴본다.
1시 30분발 양길리로 가서
구도에서 3시 45분말 양길리행 버스로 온다면
두시간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을것 같다.
두시간이라~~~
삼봉까지는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잔뜩 흐린 날씨
그래도 입구에서 보이는 팔봉산의 모습은 멋지다.
조금 조심스럽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오르기로 했다.
아직은 완만한 길이라 마스크를 쓰고도 걸을만 하다.
여태껏 팔봉만세인줄 알았는데
만세팔봉이다^^*
깔고 앉은 돌이 부자연스러운 거북 모양으로 다듬어져 있다.
주변에 재경서산산악회와 어느 단체에서 기념식수를 해 놓았는데
한그루는 주목이고 다른 한그루는 전나무?
차라리 주변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단풍나무나 벗나무였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 오름길이 시작되면서 마스크를 하고 오르기가 힘이 든다.
마스크를 벗고 내려오고 올라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사람들이 없을 때는 마스크를 벗고 오르다가
저만치 사람들 모습이 보이면 산 가장자리로 들어가 기다리곤 했는데
오늘따라 더 힘이 든다.
언제봐도 멋진 1봉
버스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려면 팔봉으로 넘어가서 어송으로 가면 되지만
오늘은 그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1봉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
1봉에서 놀다 그냥 내려갈까
그래도 3봉까지는 아니더라도 2봉까지라도 올라야하지 않을까?
두시간이면 3봉까지는 다녀올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를 과대평가한것인지
팔봉산을 과소평가 한것인지
둘 다 어느정도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제대로된 평가를 하지 못한것 같다.
우럭바위
우럭바위 부근을 지나다 팔봉산이 처음인듯한 산행객을 몇팀 만났다.
우럭바위를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것 같아서
힘들어도 우럭바위 한번 보고 가시라고 알려줬더니
너무 신기해한다.
바다가 그리운지..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우럭바위
되돌아서고 싶은 걸음을 간신히 참으며 2봉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섰다.
3봉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나는 오늘 3봉을 보았다. ^^*
내려오는 길에 친구를 만났다.
마스크로 가렸어도 눈에 익은 모습이 친구라는걸 알아볼 수 있었다.
친구 역시 빈둥거리다 무료해서 옥녀봉을 가려고 했는데
주차장이 만차더란다.
1봉만 후딱 다녀올테니 기다리란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구도항에 들렀다.
밀물시간인지, 선착장에 바닷물이 넘실댄다.
한쪽에선 몇분이서 수확한 감태를 바닷물에 씻고 있었고
옆에는 고파도행 팔봉산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방죽을 따라 들어가니 규모는 작지만 바위가 멋진 해변이다.
모래알을 뭉쳐놓은 듯한 바위.
어르신들이 따온 굴을 바닷물에 씻고 있었다.
작은 동네인데도 처음만나는 멋진 풍경들이 곳곳에 정말 많은것 같다.
하여튼.
싱싱한 굴 한봉지,
맛있는 순대국밥으로 이른 저녁까지,
집앞까지 편안하게..
호강으로 끝낸 팔봉산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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