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가깝고를 떠나 여행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제주도 여행일정이 가까워지자
다른 때보다 유난히 더 설레고 기대가 되었다.
그것은 예순아홉, 일흔여덟인 두 언니의 바램이 한라산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5월 중순의 한라산은 나도 처음이니까.
선작지왓의 털진달래는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까?
철쭉은 피어줄까?
오백나한과 병풍바위 풍경은 또 어떤 모습일까?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영실로 향했다.
부처님오신날이라서 탐방객이 제법 많을것 같아 서둘러 숙소를 나섰는데도
입구의 주차장이 만차라, 매표소에서 잠시 기다려야했다.
다행히 십여분을 기다려 입구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오백나한과 병풍바위의 풍경
그리고 미끈하게 자란 소나무숲이 너무 아름답다.
그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을 찍으려면
아이들처럼 직진밖에 모르는 언니들을 가끔씩 불러 세워야 했다.
맏언니에 대한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팔십이 내일모레인데 넷 중에서 제일 잘 걸었다.
동네 앞산을 매일 걷는 효과가 정말 큰것 같다.
나도 가고 싶은 산 가기 위해서라도
계단 오르기를 꾸준히 해야지 다짐해보지만
해가 짧아지는 겨울에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붕어빵 모녀
직진하는 큰언니는 조카가 챙기고
제일 힘들어하는 작은언니와 보조를 맞추다보니
땀한방울 흘리지 않고 산을 오를 수 있었다.
오르다 뒤돌아보니
어제 다녀왔던 가파도에 가면서 바라보던 산방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어제는 바다 날씨도 정말 맑고 좋았는데..
마지막 날에 비가 오기는 했지만
이만하면 날씨운은 정말 좋았던것 같다.
병풍바위 상단부에 산철쭉이 예쁘게 피었다.
난간에 기대어 잠시 쉬고 있는데
옆에 있던 초로의 부인이
수로부인과 철쭉 헌화가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건넨다.
절벽과 절벽위에 핀 철쭉을 보니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저런 곳에서 꽃을 따다 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며 웃는다.
따다 준다는 사람도 없겠지만, 설사 있다해도 말려야 되겠지 ^^*
도시처녀나비
산개벚찌나무
이제 오름길은 다 올랐는데 두 언니가 힘이 드나보다.
잠시 고민끝에 윗세오름까지 가기로 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한라산 산행길이었기에
여기서 포기하면 너무 많은 아쉬움이 남을것 같아서였다.
바위미나리아재비
노랑제비꽃
?제비꽃
설앵초
흰그늘용담
흰그늘용담, 설앵초가 피어 초원을 꽃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산개벚찌나무와 분단나무 꽃도, 그리고 나도옥잠화도 너무 반가웠다.
나도옥잠화
분단나무
민눈양지꽃? 세잎양지꽃?
세바람꽃도 한창이다.
윗세오름에 도착하니 몇몇 산행객들이 두 언니에게 박수를 보내며 환영해 주었다.
두 언니를 잠시 쉬게 하고
조카와 둘이 어리목 방향으로 잠시 내려갔다 왔다.
그 오름길의 풍경도 너무 좋아서, 그냥 가기가 아쉬워서였다.
영실코스가 처음이라는 조카도 너무 좋아했다.
이 윗세오름 표지목 앞에서 밥을 먹던 산행객과 인증샷을 찍으려는 산행객과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드물기는 하지만 가끔
정상석이나 표지목 근처, 인증샷 포토존 주변에 자리잡고 쉬는 사람들을 본다.
여러사람들을 위해서 삼가해주면 좋을것 같다.
다 내려와서 만세를 부르는 언니들. 장하오 언니들 ^^*
언니. 제주도 가면 어디가 제일 가고 싶어?
" 한라산" "성산일출봉"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
언니의 한가지 소원은 이뤘다.
두 번의 여행에 모두 무산된 성산일출봉은
또 와야하는 이유가 되어줄것이다.
2021. 5. 19.
영실~ 윗세오름~ 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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