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 1
용현집~ 상왕산~ 목장길~ 정맥갈림길~ 용현집
새해 일출을 볼 수 없는 일기도 한 이유였지만 여러가지로 일출산행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남편의 귀가도 보지 않고 집을 나설수는 없지 않은가
오후쯤 부춘산을 지나상왕사 방향으로 가던지, 용현계곡에서 상왕산지나 목장길 돌아오는 길을 걸어야겠다 생각하며
버스시간표를 검색하는데 바다한테서 연락이 왔다.
어디 갈 수 있겠느냐고
번개불에 콩 구워먹듯이 덩순이한테 연락 40분후에 만나기로 했다.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수하랴 간식챙기랴 바쁘다.
다행이 큰길의 도로는 눈이 녹아서 미끄럽지 않아 다행이었다.
용현집 옆에 차를 세워두고 산길을 찾았다.
눈이 덮여 어스름이 길이 보이기는 하였지만 혹시나 싶어 겨울산에게 문자를 했으나 감감소식
어제부터 산에 있었으니 방전이 되었겠다 싶어 용현집 왼쪽의 들머리로 접어들었다.
길
많은 사람들의 발자취가 길을 만들었을 터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걸었을 그 길을 흰눈으로 덮어 첫 길을 만들어 주었다.
새해 첫날 아무도 밟지 않은 그 첫길을 걷는 기분이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누군가를 향한 첫마음처럼 설레이기도 하고
서부의 개척자라도 된 듯이 뿌듯하기도 하고
눈덮인 마당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강아지처럼 신이나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길치인데다 눈이 덮여 어느것이 길인지 알수가 없다.
반가운 것은 고라니발자국...토끼발자욱인줄 알았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고라니였다.
그 고라니의 안내를 받아 발자국을 따라가다보면 길이 나오곤 하였다.
계속해서 눈은 내리고, 지난번 내려섰던 철탑과 산길을 눈으로 더듬으며 능선을 향해 올라섰다.
이삽십분 올랐을까 드디어 능선에 올라섰다.
이제 길 잃을 염려는 없겠다 싶다.
상왕산을 지나고 여러갈래의 길이 만나는 곳에서는 표지기를 따랐지만 무조건 위로 치고 오르는 표지기를 따라 올랐다.
결국엔 아랫길로 가도 서로 다 만나는 길이었다.
다만 작은 봉오리 하나하나를 다 보듬으며 길을 걸었을뿐이다.
소나무에 무겁게 걸터앉은 눈보다 나목들의 잔가지에 내려앉은 눈이 소담스레 예쁘다
키작은 나무들의 갈라진 가지에 앉아 푸들의 복슬복슬한 다리처럼 귀엽다.
상왕산에서 목장길까지 꽤 거리가 되었다.
멀리서도 보이는 소나무가 길잡이가 되었다.
지난번처럼 매서운 바람은 아니었지만 역시 뻥 뚫린 목장의 바람은 차가웠다.
하얀 눈에 덮인 목장길 옆...바람이 한데 모아놓은 눈이 무릎이 잠기도록 푹푹 빠진다.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하는 바다와 덩순이
카메라도 추운지 제대로 말을 안 듣는데....그래도 추억의 그림자를 남겨보고자 시린손을 호호 불어가며
사진을 찍었다.
일락산에서 보원사지로 내려서는 삼거리에 나올때까지 새해의 온전한 첫길을 셋이서 열었다.
주 등산로에 올라섰을때 무수한 발자국들...그러나 그길에서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금방일거라 생각했는데 그곳부터 보원사지까지도 꽤나 긴 거리였다.
스패츠도 없이 혹시나 싶어 비닐봉지와 노랑고무줄을 준비했었는데
얼마나 잘 한 일이었는지
그동안 겨울산행은 엄두도 낼 수 없었기에 동계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를 못했었다.
어찌어찌 아이젠은 준비를 했었는지..
도로를 걸을때는 지나가는 사람이 웃는다며 바다가 벗으라고 한다.
정작 본인들보다 옆에 사람이 더 창피함을 느낄때가 있다. 오늘 바다가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눈이 들어가 고생하는 것보다야 남들에게 웃음을 주는것이 낫지 않겠는가
짧게 세시간정도의 산행을 생각했었는데 삼사십분 초과되었나보다
내려서니 네시가 되었다.
새해 첫날 산동무들과의 하얀 심설산행으로 힘찬 출발을 하였다.
무자년이여 화이팅!!!
심심해서....
이런거 올렸다고
친구에게 혼날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울 산행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터라 겨울산행 장비가 제대로 있을 턱이 없었지요.
그래도 어찌 아이젠은 사 놓았는지....
나가면서 사도 될터인데 부지런떨기 귀찮고
에라 모르겠다.
비닐봉지 몇개 챙기고 노랑 고무줄 챙기고....
그런대로 쓸만 했지요.
바다님 왈 까만봉지를 가져오지 그랬냐고..ㅎㅎㅎ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지나가던 사람이 웃었다카더마는
그래도 효과 괜찮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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