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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물 속엔 꽃의 두근거림이 있다. 정진규

물속엔 꽃의 두근거림이 있다-몸시(詩) 38’ - 정진규(1939~ )

기억나지 않지만 물속엔 깨끗한 물속엔

꽃의 두근거림이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이른 새벽에 봄날 새벽에 안개를 헤치고 가서

풀밭을 한참 걸어가서

물가에 당도하여서 젖은 발로 그걸 보고 들었다고!

그는 다시 말했다

햇살이 그의 따뜻한 혀로 이슬들 핥기 시작한 바로 그때쯤

마침내 물속에서 솟아오른 꽃을 두고 오, 물이 알을 낳았다고!

그러니까 꽃은 알이다

그러니까 물은 자궁(子宮)이다

두근거림이란 회임한 아내의 배에 귀를 대고 내가 듣던 바로 그런 소리다

내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

상처를 핥아다오, 물속  꽃의 두근거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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