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목소리...정 호 승
나무을 껴안고
가만히 귀 대어보면
나무 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행주치마 입은채로 어느날
어스름이 짙게 깔린 골목까지 나와
영순아 밥 먹으러 오너라 하고 소리치던
그리운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이
어디 나무 속 뿐이겠는가
앞서가는 노인의 희끗한 머리결에서도 들리고
동치미랑 함께 먹는 고구마 속에서도 들리고
밤 하늘의 별 속에서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밥먹으러 오너라 그 소리 말고도
조선천지에 둘도 없는 빙신이라고 야단치시던
그 소리마져도 그립다.
아~ 산에 가면
나무를 껴안고 가만히 귀 대어보아야겠다.
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는지
잘하는 짓이다....암 잘하는 짓이고 말고....
열심히 다니거라
아마도 그러실 것이다.
야단도 자주 치셨지만
무슨일을 하던, 어디를 간다고 하던
언제나 나를 믿어주고 내 편이 되어주셨던 어머니이니
분명 그러실 것이다.
잘하는 짓이다.
열심히 다니거라
'딸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긍정적인 밥....함 민 복 (0) | 2009.01.09 |
---|---|
물 속엔 꽃의 두근거림이 있다. 정진규 (0) | 2008.03.03 |
풍경달다 (0) | 2007.12.13 |
시........... (0) | 2007.10.10 |
꽃....정 호 승 (0) | 2007.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