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28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들판에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다.
좀 이른듯한 서리는 멀리서 바라보는것만으로도 서늘한 느낌이 전해오는 듯 하다.
내 유년의 행복한 기억중엔
서리가 내릴즈음 생강밭에서의 놀이가 있다.
잘려진 생강잎사귀로 빙둘러 담을 쌓아 집을 만들고
어른들이 일을 하는 동안 그 안에서 놀곤 했었다.
향긋한 생강내음이 나는 그 집이 나는 참 마음에 들었었다.
서리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자전거로 논두렁을 달렸다.
장갑의 뚫어진 손가락끝으로 찬바람이 스며들었다.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할것같은 자켓의 보이지않는 작은 구멍들에도
찬바람이 슥 슥 드나들고있나보다.
가슴과 어깨 팔뚝 언저리가 서늘했다.
미국가막사리의 꽃과 잎에 서리가 내려앉아
또 다른 꽃을 피우고 있었다.
내려앉은 곳마다 서리의 모양이 조금씩 달랐다
알곡은 잘 영글었을까
태풍곤파스의 영향으로 죽정이가 많다는데
보기에도 그다지 실해보이지가 않는다.
샤데풀꽃씨에 내려앉은 서리는 아침햇살에 이미 녹아버렸다.
이리 탐스런 씨앗으로 영글었으니
내년엔 어느곳에서 노란 꽃으로 피어나리라
여리디여러보이는 풀은
주늑든 기색도 없이 서리앞에 의연하다.
아마도 서리가 있는 동안은 그렇게 꿋꿋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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