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 아주 반갑게 어깨를 툭 칠 때가 있다.
깜짝 놀라 뒤돌아보면
당황해하는 모습의 낯선 이가 서 있곤 했다.
"아이구 미안해요. 아무개랑 똑 같아서..."
비슷한 것도 아니고 똑 같단다.
나랑 똑 같은 이가 있어?
갑자기 그 "아무개"가 궁금해지곤 했다.
하지만 아직 여러 아무개를 만나본 적은 없다.
(개암나무)
어린 잎이 나올 때
개암나무와 물오리나무를 두고 내가 그랬다.
꽃을 피울때나 열매를 맺을 때를 제외하고는
잎을 눈여겨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두 나무의 차이점을 알아보지 못하고
둥글넙적한 얘가 걔 같고
걔가 얘 같았다.
(물오리나무)
오늘 팔봉산 산행길에 두 나무의 잎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개암나무의 잎은 끝이 반듯하게 잘려나간듯한 곳에 꼬리가 있었다.
어린 잎에는 자주색 무늬가 있다는 것도 개암나무의 특징이다.
물오리나무는 전체적으로 둥글었고 물결치는 모습이었다.
참개암나무는 끝이 뾰족한것이 개암나무와 달랐다.
열매가 아니면 나같은 초보가 알아보기는 힘들것 같다.
(참개암나무 잎과 열매) 2010. 8월 가야산에서
.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우리나무의 세계에서 발췌)
개암나무는 밤보다 조금 못하는 뜻으로 개밤으로 불리다가 개암이 되었다고 한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는 제사상의 맨 앞줄에 놓이는 과일이었단다
단백질과 당분이 풍부하여 맛이 고소하며
지방이 많아 식용유로 이용하기도 한단다
도깨비와 개암에 대한 전래동화 하나
홀어머니 밑에서 동생과 함께 어렵게 사는 소년이 있었다.
어느날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잘익은 개암을 발견하고는 정신없이 따 모으느라 날이 저무는 줄도 몰랐다.
당황한 소년은 허겁지겁 산을 내려오다 허름한 기와집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곳에서
밤을 새우기로 하고 마루밑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때 도깨비들이 몰려와 방망이를 두두르며 밥 나와라 뚝딱 떡 나와라 뚝딱 하며
먹을 것을 수북이 쌓아놓았다.
그 모습에 배가 고팠던 소년이 따 온 개암을 깨물자 "딱" 하고
제법 큰 소리가 났다.
혼비백산한 도깨비들이 음식과 방망이를 두고 달아나
소년은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내려와 마을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되었다.
소문이 퍼지자 이웃의 한 욕심쟁이 영감님이...
이후의 일은 짐작할 것이다.
올 가을에는 개암을 먹어 볼 기회가 생길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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