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넘실대는 들녁을
멀리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풍년입니다.
그냥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듯 하고
뿌듯해집니다.
그러나 가까이 가 보면 사정은 달라보입니다.
익어가며 고개숙이는 벼이삭의 반에 반은 쭉정이가 차지하고 있네요.
벼꽃이 필 즈음 다녀간 태풍 때문인듯 합니다.
내것이라 할 수 있는 손바닥만한 땅뙤기 하나 없지만
걱정을 했었는데....
구와말과 마디꽃을 보러 갔다가
논 주인을 만났습니다.
벼이삭 속에 고개를 파묻고 뭔가에 열중하고 있는 아지매들이
도대체 뭣들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호기심도 있었을테지요.
논에 예쁜 꽃들이 많다는 얘기에
그거 찍어다 뭐 허는겨?
하고 물으십니다.
"그냥 예뻐서 보는 거예요."
"벼에 쭉정이가 많아서 속상하시겠어요?" 했더니
"뭐 어쩌겄어. 하늘의 시키는 일인걸..."
하며 말끝을 흐리십니다.
자조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소박함이 느껴져서 더 마음이 애잔합니다.
논두렁을 돌아 나오는 길에 애기고추나물과
예쁘게 열매가 익어가는 알방동사니를 만났습니다.
꽃여뀌가 피어있는 논 역시 다르지 않네요.
오일전만해도 겨우 움을 틔우는 봉오리였던 꽃여뀌가
활짝 피었습니다.
논 주인이 본다면 싱싱하게 꽃을 피운 꽃여뀌가 얄미울 듯도 합니다.
세상일 몇바퀴만 돌아가면 내 일 아닌것이 없는지라
남이 잘 되야 내게도 좋은 일일텐데...
제 눈에 보인 논의 벼들만 그렇기를 바라며
풍년을 기원해봅니다.
내친김에 흰꽃여뀌도 보고 가야겠네요.
내집 마당?의 흰꽃여뀌 옆에
꽃여뀌 하나 보쌈해 오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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