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가 전해져오는듯한
모니터에 띄워진 사진을 보며 코를 벌름거려보다가
혼자 피식 웃었다.
길마가지나무 꽃 사진을 찍고는
카메라 액정화면에 코를 들이밀던 후배의 모습이 떠올라서이다.
향기로운 나무 미선나무
버스에서 내려 가방을 동료에게 맡기고 밭을 가로질러 달려간 그 집 마당
히어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올려다보다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순간
화사한 꽃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미선나무였다.
눈 앞에 있다고 다 보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여러번 느꼈지만
2년동안이나 보지 못했던 걸까
어디선가 한번은 보았던것도 같은데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천연기념물로 귀한 나무라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될 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기 때문에 별 관심이 없었던것 같다.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세계에 한 종 밖에 없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란다.
열매가 부채를 닮아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해서
美扇나무인줄 알았는데
尾扇나무란다.
尾扇은 대나무의 한쪽을 가늘게 쪼개어 실로 역은 다음 종이를 붙여 만든 부채라고 한다.
향기도 있고
그 향기가 2km를 갈 정도로 향이 짙다는데
한참을 꽃앞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는데도 향기를 느끼지 못했었기에
점심 시간에 다시 찾았다.
붉은 빛이 도는 길쭉한 꽃망울을 달고 있어 무슨 나무일까 궁금했던
뒷뜰의 그 나무도 미선나무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묵은 열매를 달고 있었는데도 알아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꽃을 보면 향기를 맡아 봐야지
잎을 만져도 봐야지 하면서도
막상 꽃 앞에 서면
어떻게 하면 사진을 예쁘게 찍을까 하는 생각에 다른 것들은 잊고 마는데
앞으로는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꽃 앞에, 나무 앞에 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