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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구름처럼/소소한 이야기

해국을 닮은 사람들

 

 

 

 

 

 

 

 

돌아 앉은 모습이 닮았다.

미동도 하지 않는 그 뒷모습이 정말 많이 닮아있다.

눈물도 보지 않겠다는 듯

웃음도 보이지 않겠다는 듯

기다림도 잊었다는 듯

손에 쥔 것 아무것도 없이 모두 놓아 버렸다는 듯

눈 감고 앉아 있는 모습이 돌부처처럼 무심하다.

 

누가 거들어주지 않으면 누울 수도 없고

일어나 앉을 수도 없이

마지막 손길 닿은 그 모습 그대로 놓여 있다.

소박맞고 친정으로 돌아온 여인네의

풀어보지도 못하고 방 윗목에 밀쳐놓은 보따리처럼

슬픈 모습으로  덩그러니 놓여 있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할머님 손에 슬그머니 내 손을 얹으며 물었다.

"햇볕 쪼이러 나가실래요?"

눈을 감은 채 내 손을 끌어당겨 당신의 볼에 부빈다.

 

마음이 무너진다.

그 앞에서 무너질 수 없어 휠체어 팔걸이에  마음을 기대보지만

가을 따사로운 햇볕속에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

며칠이 지난 아직까지도 가슴이 먹먹하다.

바다를 향해 돌아 앉은 해국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후일 어느때엔가 내가 그 일을 하게 된다해도

지금의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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