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조금 불편할 뿐이라고들 한다.
예전엔 그 말이 맞는 말이었는지 모른다.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불편할 뿐만은 아니다.
사람 노릇도 돈이 있어야 재대로 할 수 있고
돈이 있어야 사람 대접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현실이
가난이 주는 불편함보다 더 불편하게 다가온다.
사람노릇을 돈이 아닌 것으로 할 수 있었을 적에는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었을것이다.
몸으로 거들고, 마음으로 때우고
마주잡은 손으로, 웃음띤 얼굴만으로도 사람노릇이 될 때에는 그랬을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돈이 사람노릇을 한다.
부모도 돈이 있어야 자식들이 자주 찾아오고 효도를 받는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대접받는것은 당연한 일일것이다.
돈과 사람을 동일시 하기도 하고
돈이 사람보다, 때로는 생명보다도 우선되기도 한다.
그것이 극히 일부의 일이라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나는 가난한가?
조금 가난하다.
안 주고 안 받으면 그뿐이라고 속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고 싶은만큼 주지 못해서 서글플 때도 있고
염치없이 받기만해서 미안할때도 많다.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참는것은 잠시 속상함으로 끝나지만
사람노릇 제대로 못하는것 같을 때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나는 차가 없다.
운전면허가 없으니 차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일테지만...
차가 없어서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은 차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도 아주 없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차가 없었기때문에 그것에 대한 불편함은 별로 느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차가 없기 때문에 내가 누리는 것들이 참 많다는것에 대해서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가을에는 더 자주 그것을 느낀다.
한낮의 따가운 햇볕이 싫지만은 않은 요즘
걸어서 오며 가며 보는 풍경들이
내 마음에서 불편함을 비워내고 여유와 평안으로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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