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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져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 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한모데기 제비꽃에게
한송이 꽃마리에게.
그렇게 더디게 더디게만 다가오던 봄이
어느순간 봇물 터진 듯 온 땅을 뒤덮더니
이제 가려 한다.
내일 내린다는 봄비는
미리 흘리는 이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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