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이 보여 기웃거려 본 그 곳
환한 풀밭에
털중나리 한 송이 피어 더욱 환하다.
누군가의 웃음하나로
누군가의 한마디 말로도
세상이 환해지듯이
한송이 꽃으로도 산이 환하다.
네가 너무 환하면
내가 너를 볼 수 없고
내가 너무 환하면
네가 나를 볼 수 없다.
서로 마주보고
서로 환해질 수 있는
털중나리 한송이가 주는 환함
딱 좋다.
요즘 자주 입에서 맴도는 시가 있다.
정희성 님의 "숲"이다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저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