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느낄 때는
산행에 따라나설 때이다.
숨이 턱에 차오르고 무릅이 뻐근해올 때마다 다이어트를 해야지 마음먹는데
그게 쉬운일이 아니지 않는가.
얼마전에 아침으로 먹은 죽이 체해 며칠 고생을 한적이 있다.
평생동안 입맛 없는 날이 별로 없던 나인데
입맛이 없었다.
잘 되었다. 이 참에 다이어트나 해볼까.
게다가 요즘 해가 길어져서
퇴근후에 자전거를 타고 청지천을 한바퀴 돌기에도 좋아
식이요법에 운동까지 할 수 있으니
다이어트의 성공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였다.
잘하면 체중의 숫자 합을 7이 되게 할 수도 있을것 같았다.
그게 욕심이라면 8만 되게 만들어도 좋겠다.
퇴근후에 청지천을 한바퀴 돌려고 자전거 보관대에 가보니
내 자전거가 이만큼 나와서 쓰려져있다.
거기다가 자물쇠 줄이 바퀴살에 엉키어 내 힘으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가까운 자전거포에 가서 출장을 부탁했더니
손님을 기다리는 중이니 끌고 오란다.
뒷바퀴를 들고 끌고 가려니 이마에 땀이 삐질삐질 돋는다.
어떤 나쁜노므시키가....
혼잣말이 입밖으로 새어나왔나보다.
지나가던 사람이 힐끗 쳐다본다.
점잖게 생긴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 않나.. 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뭐 이정도면 점잖은거 아냐.
낑낑대며 줄을 풀어내는 자전거포 사장의 이마에도 땀이 배었다.
얼마전에는 바구니를 떼어가서 다시 샀는데
또 이런일이....
새 자전거가 탐이 났나보다.
자물쇠를 사고, 그냥 돌아오기가 아쉬워서
짧게 한바퀴 돌았다.
석양을 보며 돌아오는 길이 즐겁다.
적당한 운동 때문일까?
다이어트에 희망을 주던 입맛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밥을 한공기 다 비우고도 웬지 허전해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며칠전 만났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몇년동안 항상 속이 더부룩해서
끼니때가 되면 배고픔을 느껴보는것이 소원이었다는데..
때가 되면 꼬박꼬박 신호를 보내오는 내 위장에 고마워해야겠지.
다이어트는.... 그냥 유지만 하는걸로.
하루살이 때문에 양봉용 모자는 하나 사야겠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 소소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무엇... (0) | 2018.08.24 |
---|---|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0) | 2018.06.22 |
동자승의 털모자 (0) | 2018.02.20 |
준비없는 이별 (0) | 2017.12.08 |
모과 두 알 만큼의 행복 (0) | 2016.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