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에서...정호승
꽃피는 아침에는 절을 하여라
피는 꽃을 보고 절을 하여라
걸어가던 모든 길을 멈추고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서서
부처님께 절을 하듯 절을 하여라
꽃지는 저녁에도 절을 하여라
지는 꽃을 보고 절을 하여라
돌아가던 모든 길을 멈추고
헤어졌던 사람과 나란히 서서
와불님께 절을 하듯 절을 하여라
웬지 경건하면서도 슬프다.
절에서든 교회에서든 성당에서든
기도가 되지 않는 나는
글쎄...어떤 절대자의 존재를 굳이 부정하는 것은 아닌데
기도를 할 수가 없다.
그러나 피는 꽃을 보고, 그리고 지는 꽃을 보고 절을 하라면
할 수 있을것도 같다.
그것이 기도가 되겠지
나 자신을 비우고 낮추는 일이 되겠지
지는 꽃을 보며 절을 하고
헤어졌던 사람과 나란히 서서...라는 귀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헤어졌던 사람이란 꼭 물리적인 것만은 아닐것이다.
마음에 멀리 두었던 사람
마음에서 아예 비껴두었던 사람
그런 사람들과 나란히 서서 지는 꽃을 보고 절을 할 수 있다면
세상은 참 살맛 나는 세상일테지
화해이고 용서이고 이해겠지
아니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
오늘은
피는 꽃에도 절을 하고
지는 꽃에도 절을 하고
헤어진 사람에게도 절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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