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로 기억된다.
올해의 시에 선정되었다며 "가재미"라는 시 제목이 신문에 실렸다.
제목도 특이하려니와 올해의 시로 선정되었다니 궁금했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출력을 해서 읽어 보았다.
아마 아무도 없고 혼자였기 때문이었을거다.
오랫만에 소리내어 읽어 보았다.'
몇구절을 읽어 내려가는데 조금씩 조금씩 눈물이 고인다.
그리고 목소리가 떨려왔다.
그 떨리는 목소리로 끝까지 읽었다.
그런 느낌에 읽고 있는 나 스스로도 놀랐다.
담담하게 관조한듯한 슬픔이 가슴아팠다.
내가 볼 수 있는 곳은... 내가 보고 있는 곳은...
내 딸은 지금 무었을 보고 있을까
친구에게 이 시를 전해주었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
이 시를 읽으면서 자기도 눈시울이 붉어져 다른 직원들이 볼까 당황했었다고.
가재미...문 태 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 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 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 쪽 눈이 다른 쪽 운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 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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