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애인아...김 선 우
바람에 출렁이는 밀밭 보면 알 수 있네
한 방향으로 불고 있다고 생각되는 바람이
실은 얼마나 여러갈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배가 떠날 때 어떤이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어떤이는 뭍을 바라보지
그러니 애인아 울지 말아라
봄처럼 가을꽃도 첫마음으로 피는 것이니
한발짝 한발짝 함부로 딛지나 말아주렴.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일이겠지만
서로 다른 곳을 본다고 하여도 서러워 할일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바라보는 곳, 서로 얘기해주면
한번에 두 곳을 다 보는것이 아니겠는가
이리저리 여러갈래 흔들리는 마음도 바람과 마찬가지로
서늘하게 땀 식혀간다면
흔들리는 일조차 춤사위처럼 즐겁지 않을까
가을꽃도 봄꽃처럼 첫마음으로 피듯이
산에드는 내 발걸음도
언제나 첫걸음을 떼는 어린아이처럼 설레이고 조심스럽다.
그래서 함부로 딛을 수가 없다.
'딸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0) | 2007.10.10 |
---|---|
꽃....정 호 승 (0) | 2007.10.04 |
운주사에서 (0) | 2007.04.25 |
풀꽃...나태주 (0) | 2007.04.19 |
가재미...문태준 (0) | 2007.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