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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그러니 애인아

그러니 애인아...김 선 우

 

바람에 출렁이는 밀밭 보면 알 수 있네

한 방향으로 불고 있다고 생각되는 바람이

실은 얼마나 여러갈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배가 떠날 때 어떤이는 수평선을 바라보고

어떤이는 뭍을 바라보지

그러니 애인아 울지 말아라

봄처럼 가을꽃도 첫마음으로 피는 것이니

한발짝 한발짝 함부로 딛지나 말아주렴.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일이겠지만

서로 다른 곳을 본다고 하여도 서러워 할일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바라보는 곳, 서로 얘기해주면

한번에 두 곳을 다 보는것이 아니겠는가

이리저리 여러갈래 흔들리는 마음도 바람과 마찬가지로

서늘하게 땀 식혀간다면

흔들리는 일조차 춤사위처럼 즐겁지 않을까

가을꽃도 봄꽃처럼 첫마음으로 피듯이

산에드는 내 발걸음도

언제나 첫걸음을 떼는 어린아이처럼 설레이고 조심스럽다.

그래서 함부로 딛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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