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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한마리 새가 되어 재를 넘다....조령산

산행일시 : 2007. 7. 15 일요일  오전 6시출발  오후 9시쯤 도착

산행코스 : 이화령 안부 조령산 신선암 절골 하산

함께한이 : 서부산악회 45명

 

북상한다는 태풍 마니 소식에 산행날의 날씨 걱정을 하는 나에게 양섭이가 말했다.

"언니가 착한 사람이면 비가 안 올테고, 착한 사람이 아니면 비가 올거야" 라고 .

난 사실 별로 착한 사람은 아닌데

그렇다고 그 사실을 순순히 인정할수는 없는 일

"나는 착한데 다른 사람이 안 착해서 비가 올지도 모르는 일이잖아?" 했더니

아니란다.

그래서 그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다. 그러길 얼마나 잘 한 일인지.

오늘 날씨 정말 좋았다.

아마 내가 착한 사람임에 틀림없나보다.

하늘님께 청탁성 뇌물같은거 건넨 적은 물론 술한잔 따른 적 없는데

착한 사람으로 인정해주셨으니 말이다.

 

(조령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멋진 조망)

 

차에 오르기 전까지 주흘산을 갈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비가 오지 않았으니까.

조령산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는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사진이나 자료를 보고 주흘산 정말 가보고 싶었고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결과부터 말하면 오늘 산행 정말 만족스런운 산행이었다.

꼴찌를 면한 산행이어서가 아니다.

매번 차에서 내려서 잠깐 얼굴보고는 산행을 끝내고서야 다시 회원들의 얼굴을

보게 되는 것이 못내 아쉬웠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함께 느끼고 즐기고 싶은데 느린 황소걸음  때문에 그럴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나와 비슷한 맑은바다도 있었고, 고참님들의 배려도 있었고

또 붐비는 인파의  덕도 톡톡히 보았다.

일렬로 죽 늘어서서 걸어가는 일부 구간은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불편함도 있었지만

속도를 조절해주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맑은바다는 나더러 절대 자기 앞으로 가서는 안된단다.  그래서 그리하였다.

 

(오름길...후미그룹)

 

열시쯤 이화령에서 출발

한 이십분쯤 올랐을까?

첫번째 이정표를 만날때까지는 쉬고 싶어도 이어지는 행렬때문에 쉴수가 없었다.

옆으로 비껴 쉬고나면 다시 끼어들기 위해 기회를 봐야할만큼 등산객들이 많았다.

적당한 그늘과 걷기에 좋은 길이었지만 길 아래는 급경사여서 조심해야겠다.

몇분이서 중간 왼쪽 계단길로 오르셨는데 첫번째 이정표에서 길이 다시 만났다.

 

그렇게 쉬엄쉬엄 오르는 길은 견딜만 했다.

그리고 더 용기를 준것은 다크호스님부부의 멋진 도령님들

그 어린 도령들도 오르는데 설마...하면서

나중에 신선암을 지날즈음 무척 힘들어하는 도령에게 말해주었다.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에는 아마 틀림없이 엄마아빠에게 고마워하게될걸"

이건 내가 우리아이들 어렸을적에 산에 끌고 다니면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해주곤 했던 말이었다.

꼭 그럴거라 확신하면서.....

 

시장기가 느껴져 잠시 쉬면서 떡과 빵 과일등으로 허기를 채우고는 몇걸음 더 올라가니 조망이

확 트인 헬기장이다.

이젠 정상도 얼마남지 않았다.

꼭 정상을 밟아야만 하는것은 아니지만 정상에 선다는것이 남다른 느낌을 느끼게 하는것은 틀림없다.

그곳에서 사방을 둘러볼때의 여유와 풍족감과 자유

그 마음을 오래오래 붙잡아 두는 방법은 없을까?

이번에는 모처럼 정상에서의 단체사진이 남았다.

 

조령산

그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정말 멋있었다.

앞에 쭉 펼쳐진 산과 바위봉오리들 넋을 잃고 바라보게 한다.

한마리 새라면 조령을 넘어 저 봉오리 또 저 봉오리 넘나들며 깃들텐데....

언제쯤 저 곳에도 발도장을 찍을 수 있을까?

그 어디메쯤에 주흘산도 있을것이고 월악도 보인다는데...알수가 없으니

산공부도 해야할까보다.

나뭇가지로 커튼을 드리운 하늘창에 비행기 한대

하얗게 직선을 그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소리없이 지나간다.

 

 

 이제는 발길을 돌려 내려가야지

초입에서부터 만나기 시작한 자주조희풀, 장구채 그리고 곳곳에 핀 하늘말나리

자연인이 노란하늘말나리를 보았다고 자랑을 한다.

샘이 난 때문일까 어디메쯤에서 노란 하늘말나리도 보았다.

헬기장을 지나며 만난 꿩의다리

그리고 내림길 내내 만났던 자주꿩의다리 꼬리풀, 참 특이하게 예뻤던 왜솜다리, 노루오줌, 산수국

오늘은 산길도 좋았고 꽃을 만나는 일도 즐거웠다.

 (참꿩의다리)

 

 (동자꽃)

 

 (꿩의다리)

 

 (노란하늘말나리)

 

 (산수국)

 

 (처음만나는 왜솜다리)

 

 (병조희풀..역시 처음 만났다)

오름길 초입에서 많이 만난 가는장구채는 길이 바쁘기도 하거니와 꽃이 너무 작아 담지를 못했다

 

한 십분쯤 가파른 계단길을 내려오니 갈림길이다.

절 이름을 잊어버렸네  무슨사터? 상암사지?

회장님과 무전교신, 자연인의 지도보기.......

결국에는 아래 절골에서 만나는 길이라는데 봉오리 하나를 더 넘어 내려서기로 했다.

(내려갈길을 결정하느라 잠시 쉬었던 고개)

 

그 봉오리 넘어 내려서는 길은 미끄러워서인지 정체가 심했다.

휘 둘러보니 조망이 정말 멋지다.

정상에서 보는 것 하고는 또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저 큰 바위가 신선암일까?

 

 

로프가 드리워진 길을 비껴 옆으로 내려섰다.

둘레둘레 주변을 살피며 여유있게 걷는 것도 참 좋지만 위험한 길을 내려서면서 느끼는 그 몰입의 순간도 참 기분이 좋다.

절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에서 잠시 휴식 후 조금 내려서자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처럼 여럿이서 함께 내려오는 길이어서인지 더 힘이난다.

절반쯤 내려왔을까?

나무 사이로 거대한 암석이 떡 버티고 있다.

신선암이란다.

록클라이밍이 뭔지 잘 모르지만 그 훈련장으로도 쓰인단다.

 

(내림길에서 자연인이 카메라를 들이대기에 장난을 쳤는데 찍혔을줄이야)

조금 더 내려서자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흐르는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거슬러 오르려 하지 않는 때문일까

내려서기에 적당한 곳을 골라 각자 계곡에 자리를 잡았다.

알탕...한번 해볼까나

발을 담그고 소매를 걷어부치고 세수를 했다.

그 동안의 피로까지 깨끗이 씻겨내린다.

그냥 이러고 앉아서 딱 시간만 놀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맛있는 밥을 먹으러 가야지

빛깔이 고운 주황색의 송어회...오늘은 밥먹을 힘이 남아있었는지 맛있게 먹었다.

 

 오늘의 하일라이트

용이 물에서 비늘하나 꿈틀하자 물이 솟아올라 돌멩이를 적셨다.

차가운 물에 깜짝 놀란 돌멩이가 물속으로 풍덩 떨어지자 용이 놀라서 움찔하는 바람에

물이 바다쪽으로 튀어버렸다.

자연인은 자연에 더 가까워지고 언젠가 바다에 이를  물은 맑은 물이 흘러들었으니 맑은바다가 될것이다.

옷자락을 적신 물은 동심과 함께 가슴속에 스며들어 앞으로 한달동안은 목마를 때마다 퍼올려 마실 수 있는 샘물이 되어줄 것이다.

어쩌면 모인사람들의 닉네임이 이토록 딱 딱 맞아 떨어질 수 있을까

(비룡이 물장난을 시작했다. 얼마만에 해보는 장난인지...)

정말 즐거운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