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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친정에 온 듯한 편안함으로...수락산

일     시 : 2007. 8. 19 일요일

산행코스: 장촌 석림사 정상 내원암 수락산 유원지

산행시간: 10~13:00  3시간 정도

함께한이: 산지기 외 32명

 

서부산악회와 함께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6개월째

한번도 빠지지 않고 여섯달을 함께했다.

그리고 여섯번째 함께 가는 산 수락산

물론 처녀산행이다

그러나 지난 7월 28일 이던가

우리가 용봉산과 수암산을 잇는 산행을 하며 즐거워하던 시간에

수락산에서 몇명의 산행객들이 낙뢰에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어서인지

좀 특별하게 다가 선 산이었다.

비가 온다는 예보를 듣고, 낙뢰에 대한 이런저런 낭설에 스틱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래서 남부대장님께 본의 아니게 폐를 끼치게 되었다

 

(오름길에 건너편 산)

 

목적지에 거의 다다를 무렵 차창너머로 보이는 멋진 산

싸리비로  비질을 마친 말끔한 얼굴의 마당같은 바위들

내가 지금 갈 산도 저렇단 말이지

새삼 설레인다.

 

도심의 큰 길 옆에서 시작되는 산길 초입의 길옆에 먹거리들이 푸짐하다.

길을 따라 오르는 계곡은 검은 차일과 평상들로 모습을 감추어 아쉬움이 남았다.

얼마 안 올라 만난 석림사  내가 사는 동네 이름과 같아서인지 낯설지 않았는데

큰법당이라 쓰인 커다란 한글 현판이 시선을 잡아 끈다.

 

이제 본격적인 오름길이다.

옛날 아주 멀고 먼 옛날  저 깊은 가슴 속 뜨거운 무엇인가를 어쩌지 못해

불쑥 바위를 밀어 올렸을까?

친정에 온 듯 마음은 편안하지만 발걸음이 무겁다.

발목을 잡는 바위에 서서 도심 건너 또 우뚝 솟아오른 바위산을 바라본다.

참 멋지다.

이런 멋진 산을 매일 올려다보며 사는 사람들 그 행운을 잊고 살지는 않겠지

 

몇번의 번개산행으로 체력이 좋아졌을거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겠지.

차오르는 숨을 돌리려 발길을 멈추면 잠시동안은 더 가슴이 터질것 같다.

격한 운동뒤에 갑자기 주저앉아 쉬는 것도 위험하다는 말을 좀 이해할듯 하다.

 

(정상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아지님 작품)

 

 

오름길은 힘들기는 하지만 적당한 바위에 착착 감기는 발걸음이 재미있다.

누군가 뒤에서 신발을 믿고 오르세요..이런 말이 들린다.

몇년전 북한산을 오를때의 일이 생각난다.

백화사로 기억되는데 그 쪽으로 오르는 길에 아주 커다란 바위를 만났었다.

만만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제일 선두로 폴짝 올라붙었는데 그 뿐이었다.

그 이후로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위로도 아래로도....

한참을 그렇게 매미처럼  붙어 있다가 소리를 질러 위쪽의 등산객을 불러내려 도움을 받았었다.

그때도 누군가가 말했었다

"신발을 믿으세요" 하고 말이지

 

(정상에서..)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 부근의 바위통로를 통천문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던데 이곳도 통천문이라 불러도 되겠다.

햇볕을 피해 잠시 쉰다고 그곳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곳이 사람들의 발걸음이 아주 많은 등산로라고..에고 미안스러워라.

잠시 휴식 그리고 정상주 한잔씩

멋진 풍경을 만드는 건너편 바위에 오른 무쏘님 자연인님 맑은바다님...

아지님도 오르고 싶어했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올라서 시간관계상..그냥 포기하고 하산 시작

저곳에 올라서면 어떤 풍경일까? 궁금했지만

나는 그냥 그곳에 오른 님들 또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재미만 만끽했다.

 

 

 

(통천문...하늘로 통하는 문..이쪽과 저쪽의 차이는..)

 

마당바위....

하산길 어딘가에 있다는 바위

언젠가도 그곳을 못 갔다면서 그곳에 가고 싶어하던 무쏘님

자연인에게 그곳을 다녀가자고 말했었지만 다들 그냥 내려와버렸다.

아마도 내원암 못미쳐 바라보이던 그 커다란 바위길이 마당바위가 아니었을까?

무쏘님 다음에 다시 올 이유가 남았네

약수터에서 물 한잔 마시고 이어지는 바위길 하산길

아담한 내원암을 지나 오늘 산행을 마쳤다.

 

그리고 맛있는 점심....

항상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 어찌해야할까?

차려주는 밥상을 받아 먹고, 치우지도 않고 또 손 씻는다며 내빼고

산조아언니및 집행진에게 참 미안하다.

항상 꼴찌로 내려오는 바람에 차려주는 밥 먹고..손이라도 씻으려면 먹자마자 일어나

차비를 하는 바람에...

용현계곡에서도 싸주는 밥 넙죽넙죽 받아 먹는 ...참 얄미웠을거다

그래도 잘 받아먹으니 안먹는거보다는 예쁠거라 생각하며 받아먹었다.

 

(용현계곡에서..자연인작품..언제 찍었는지 모르지만 고맙다)

 

너무 일찍 끝난 산행..이른 귀가가 아쉽다며 찾아간 용현계곡..

처음엔  차가 막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에 들어가니 기분좋다.

이끼 낀 돌들이 미끄러워 엉금엉금 기어 물속을 걸으며 일행들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고기를 잡는 사람...각선미를 자랑하는 사람들....한켠에서 무슨 모의를 하는지 무리지어 얘기에

열중하는 사람들, 평상에 앉아 식도락에 빠진 사람들.....

 

 

 

아이둘을 데리고 온 아지님도 사람들 사진찍어주기에 열중이다.

덕분에 제대로 품 잡고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어 아쉽긴 하지만

아지님, 무쏘님, 자연인님, 해월님이 담아준 몇장의 사진이 남았다

모두의 배려 덕분에 힘들지만 즐거운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