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22일 토요일
일락산주차장~일락산~석문봉~가야봉~원효봉~광덕사~옥계저수지~서원산~옥양봉~석문봉~일락산~일락사임도~주차장 약 12시간
파도, 덩순이, 스산화랑, 나, 맑은바다, 자연인, 손하나로, 겨울산, 산호자
다시는 안하겠다고 마음먹었다던 가야산 8자산행공지를 겨울산님은 왜 하여 사람을 이 고생을 시키십니까?
죄송합니다. 고맙다는 말을 이렇게 밖에 못해서요.
공룡능선 산행에 대비해 열심히 훈련하는 회원님들께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겠지요.
그 공지가 올라온 다음부터 출발이 너무 이른시간이라서 어찌할까 고민이 되었다.
좀 늦게 함께 갈 사람 누구 없을까 공지를 하였지만 아무도 없다.
누구 한사람 발목을 잡는다면야 마음약해 잡혀주는 분이 계시겠지만 그럴마음이 일지가 않는다.
아마도 미안함 때문이겠지
해미까지 큰 차 타고, 일락사까지 작은 차를 타고서라도 가야지 생각을 굳히고 있는데
덩순이님 부부가 내게 기꺼이 발목을 잡혀 주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서산에서 7시 50분 출발 일락사아래 주차장 8시 20분 도착 산행을 시작하였다.
나, 덩순이님 부부 그리고 멋진 새내기 스산화랑님 이렇게 네명이었다.
사진으로만 뵌적이 있는 괜차뉴님도 석문봉에서 합류한다 하셨다는데 이 오름길로 오른다면
어쩌면 그곳까지의 오름길에서 우연을 가장한 뜻밖의 만남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지만
아쉽게도 그런 우연은 일어나지 않았다.
(갑작스런 일이 생겨 참석을 못 하셨다)
일락산 오름길은 근래들어 몇번 오른적이 있어 길이 낯이 익어 좋다.
한번 두번 발걸음을 디딜때마다 그 길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지겠지
10분쯤 진행을 했을까?
바다님한테서 연락이 왔다.
지금 수정봉을 출발하고 있단다.
석문봉에 어느팀이 먼저 도착할까 시간을 가늠해가며 한걸음한걸음 올라간다.
일락산 정상 9시 5분 도착
잠시 첫번째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석문봉으로 출발
임도에서 오름길로 접어든 초입부터 너무도 예쁘게 피어있는 구절초가 오름길의 어려움조차 잊게한다.
9시 54분 석문봉 도착
조금씩 비는 내리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시야가 트였다.
석문봉에는 한 산행객이 미리 도착해 있었다.
나는 사진으로 본 적이 있는터라 괜차뉴님이 아니라는걸 알 수 있었지만 덩순이님도 그 우연한 만남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보다
"혹시 누구 기다리고 계셔요?" 하고 묻는다 ^^*
합류할 일행들은 어디쯤 걷고 있을까? 가고 있을까 오고 있을까?
핸드폰도 이곳에선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고
옥양봉 쪽을 향하여 이름한번 크게 불러보지만 메아리조차 돌아오지 않는다.
그냥 원효봉까지 진행하여 그곳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가야봉을 향하여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안개가 상가리쪽에서 물밀듯이 밀려오더니 금새 시야를 가려버린다.
지나온 곳도 가야할 곳도 보이지 않는다.
표지기나 메모지 있었으면 좋았겠다 말을 하자 덩순이덩님께서 등산로에 스틱으로 일필휘지 흔적을 남기신다.
산행객이 많지 않아 뒤의 일행들이 원효봉까지 오면서 그 흔적들을 다 보았단다.
두번이나 찾아 들었던 그 바위우산은 오늘은 또 왜 그리 가까운지.
석문봉을 출발했다 싶었는데 금새 그곳에 닿았다.
멀고 가까운 것은 물리적인 잣대로만 잴 수 있는 것은 아닌가보다.
사람과 사람사이도 그렇지 아니한가
가야봉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도중 산호자님과 연락이 닿았다.
잘 안들리는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소리지르다가 길위에 흔적을 남겨두고 다시 원효봉을 향하여 출발
10시 54분이다.
가야봉에서 원효봉 가는 길은 지나번 잘 못 내려섰던 경험이 있었던터라 조심스럽다.
덩순이님과 내가 앞장서 작은 갈림길에서도 신중하게 살펴보고 생각하며 내려서는데
덩순이덩님께서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믿고 따라오라며 큰소리치고 내려서는데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다시 갈림길까지 올라가서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기로 하고 내려온 길을 되짚어 올랐다.
그곳에서 다행히 이곳 지리를 훤하고 꿰뚫고 있다는 베테랑산꾼을 만나 안내를 받으며 헬기장까지 동행하였다.
히말라야도 킬리만자로도 다녀오고...백두대간과 정맥도 끝냈단다.
가족을 이국땅에 보내놓고 산과의 만남을 가졌는데 기러기아빠의 힘든 생활을 참 현명하게 견뎌내는구나 싶었다.
우리가 선택했던 반대쪽 길로 삼십여미터쯤 갔을까
눈에 익은 길이다.
되짚어 올라오면서 만났던 산행객을 걱정하며 웃었다.
석문봉에서 만났던 그 사람인듯...헬기장 경유 상가리로 내려갈거라며 갔는데
계곡길로 잘 못 빠져버렸으니...
하긴 혼자걷는 산길이 계곡길이면 어떻고 또 능선길이면 또 어떻겠는가
헬기장에서 다시 산호자님과 통신
역시 쌍방향 의사소통 불가 헬기장 헬기장 웨치는데...10분후면 헬기장 도착할거란다.
먼저 원효봉을 향하여 출발
출발한지 얼마 안되어 제법 가까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큰소리로 만만한 이름을 불러보니 뭐라는지 알수는 없지만 대답소리가 들렸다.
이제 슬슬 시장기도 느껴지고 원효봉 못미쳐 바위에서 점심을 먹을거라 예상하고 그곳에서 짐을 풀었는데..
라면물을 끓이기 위해 원효샘을 향하여 앞서 혼자 내달리는 자연인님
우리는 원효봉에서 일행들을 기다렸다.
산호자님 바다님 손하나로님 겨울산님.
그 어느때보다도 더 반갑구먼이라
원효샘에서 빗속에 서서 라면과 김밥으로 때우는 점심
다시 광덕사를 향하여 출발
부드러운 육산의 내림길이 너무 좋다.
발걸음들이 어찌나 힘찬지. 짧지 않은 산길을 걸었는데도 누구하나 지친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아홉명...딱 일개 분대란다.
오른쪽으로 광덕사를 바라보며 옥계저수지둑을 향하였다.
바로 저수지 옆을 걸으면서도 저쪽으로 보이는 둑까지 그렇게 먼길을 돌아서 가야 할 줄은 그때는 미쳐 몰랐었다.
그 산길 곳곳에 보이는 "갈수록 괜차뉴" 표지기
선두의 산호자님은 친구분의 표지기를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꺽인 가지에 매달린 것은 다시 매달기도 하였다.
동네로 내려서 다시 저수지둑을 향하여 걷는길
이때부터 조금씩 발바닥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동네의 익어가는 가을들판을 지나 대나무숲을 헤치고 오른 옥계저수지 둑
이런곳이 있었는지... 이런 길이 있었는지...
하긴 가야봉을 지나고부터는 무조건 따라 걷는 길이었다.
서원산 오름길 초입에서 아쉽게도 맑은바다님과는 작별을 해야했다.
일때문에 끝까지 함께할 수 없음이 아쉽다.
좋지 않은 컨디션을 견뎌내며 절반의 산행을 마친 맑은바다님 수고하셨습니다.
서원산 오름길이다.
기슭엔 자리공과 싸리와 잡풀이 무성하게 자라 길을 막았지만 그래도 한가위가 가까운터라
곳곳이 다듬어져 있어 걱정했던것보다는 길이 수월했다.
숲길 곳곳에 떨어진 밤들....나무 그르터기에 숨어있는 영지버섯들...
곳곳에 다람쥐며 청솔모의 겨울준비의 흔적도 보인다.
안개속에 숨바꼭질 하듯 앞서 걸으며 모습을 보이다 말다를 반복 하던 겨울산님이 묻는다
"보덕사 보고 오셨나요? 건너 가야봉은요?"
이 안개속에 뭐가 보인다고. 뭘 보았냐고 묻는 것인지 웬 뚱딴지 같은 질문인가 싶다
"어딘지 알아야 보지요. 잘 좀 알려주시지 않고 앞서 내빼시면 어쩝니까? 그런 겨울산님은 보셨나요?"
보았단다. 그리고 마음으로 보아야 한단다.
이 무슨 선문답같은 말들인지
일면 엉뚱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 듯도 하다.
오래될 수록 좋은것이 술과 사람만은 아닐것이다.
길도 역시 오랜동안 관계를 맺어온 길이 좋을 것이다.
새로운 길, 내가 알지 못하는 길은 설레임을 줄 수 있을망정 그리움은 주지 못한다.
하지만 무시로 드나드는 길은 많은 그리움을 품고 있다.
그 길가의 하잘것 없는 돌멩이 하나, 바위에 피어있던 꽃 한송이, 벼랑에 기대어 선 소나무 한그루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 한점 마저도 때때로 그리울 것이다.
그러니 이 짙은 안개속에서도 그 그리운 보덕사며, 건너편 가야봉도 석문봉도 마음속에 훤히 보였을 것이다.
지금 함께 걷는 사람들이 언젠가 지금 이 길을 또 걷게 된다면
그 때 돌멩이도 함께 걸었었지 하고 한순간이라도 그리워해 준다면, 추억해 준다면 참 좋겠다는 욕심을 품어본다.
(서원산 정상에서 잠시 휴식하며)
서원산 정상에서 잠시 휴식 다시 옥양봉을 향하여 출발
원효봉을 출발하면서 내겐 시간이 정지되어 버렸다.
가끔 누군가의 핸드폰에서 알려오는 알람으로 아 다섯시구나 여섯시구나 하였을 뿐
서원산의 오름길로 제법 경사도가 있었다.
겨울산님 앞서걷고 그 한참뒤에 돌멩이 느린 걸음을 한걸음한걸음 힘겹게 올려놓는다.
다들 날아다니는 산꾼님들 참으로 답답하였을터인데도 그저 묵묵히 걸어주니 고맙고 고마울뿐이다.
옥양봉찍고 석문봉에서 어둑한 시간속에 기념사진 한장
그리고 하산길
시간은 모르겠다. 일곱시쯤 되었을까
안전산행을 위해 랜턴을 비추면 좋을만큼 어둠이 가까이다가오더니 금새 어두워진다.
서원산 지나고부터 질퍽한 신발에 발바닥이며 발가락이 아프니 내림길이 무섭다.
차라리 오름길이었으면
8자를 마무리 해야하지 않느냐며 용현계곡으로 내려가자는데 그곳까지는 도저히 걸을 자신이 없다.
각자 원점회귀하기 위해 임도와 교차점에서 작별...그곳, 그 시간이 용현계곡팀에게는 딱 열두시간째란다.
일락사 주차장에 도착해 출발하고나서 조금 있다 시간을 보니 20시 5분이다.
일락사팀도 삼십여분 빠지는 열두시간 산행이 된것이다.
작별 이후의 용현계곡팀에 일말의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후문을 들었으나 자세한 내용은 아직 모르겠다.
집에 돌아와 양말을 벗으니 양쪽 새끼발톱에 멍이 들어있다.
지난번 현태아빠님과 할때는 검지발톱에 멍을 들였는데
에구 미안하다 내 발톱들아
봉숭아물은 못 들여줄망정 멍을 들여놓다니.
그래도 산길 걷는 내내 행복하였으니, 주인 잘못만난 네 원망쯤이야 기꺼이 들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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