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딸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저 울 ................ 임 강 빈

 

 

         저    울 ..............임  강  빈

 

한번은 약국에 가서

약 대신

나를 달아보기로 했다.

욕심을 달아본다

어지간히 버렸다 했는데

노욕이 남아있어

저울판이 크게 기운다

양심은 어떨까 하다가

살그머니 그만 내려놓았다

두려움 때문이다

저울판이 요동친다.

평형이 잡힐 때까지의

긴 침묵

외로운 시간이다.

 

 

................

 

몇년전 생각이 난다.

친구와 둘이서 갑사계곡을 돌아 연천봉으로 향했다.

3월인데도 그곳은

등산로는 물론 계곡도 한겨울이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에 다져지고 또 다져저서 등산로는 빙판길을 이루고 있었다.

계곡의 표면은 얼어붙어 있었지만 얼음 밑으로 졸 졸 흐르는 물소리가 듣기 좋았다.

떨어지다 그대로 고드름이 되어 붙어있는 맑고 투명한 얼음을 한조각 떼어 들고는

친구가 말했다.

"사람 마음도 이 얼음처럼 속이 다 들여다 보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 말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동의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그 상상만으로도 몸서리가 처졌다.

두려움 때문이었을것이다.

내 마음속에 있는 욕심과 허세와 미움과 오만과 편견

내 속을 들쑤시고 있는 온갖 잡것들이

상대에게 고스란히 보여진다는것은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나도 어지간히 버리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버리는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라면 구도자들이  버리라..버리라 말 할 필요도 없겠지.

 

하지만

두려워도 가끔은

욕심도, 양심도

저울에 달아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얼마나 기우는지....

얼마나 요동치는지.....

긴 침묵의 외로운 시간을 견뎌봐야하지 않을까.

'딸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정 호 승  (0) 2009.07.05
월광욕...이 문 재  (0) 2009.07.05
나이들어 대접받는 열가지 비결  (0) 2009.06.12
화(和) 정진규 (1939 ~ )  (0) 2009.06.04
그 강에 가고 싶다....김 용 택  (0) 2009.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