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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손...정 호 승

 

손..........정 호 승 (1950~           )

 

산사에 오르다가

흘러가는 물에 손을 씻는다

물을 가득 움켜지고 계곡 아래로

더러운 내 손이 떠내려간다

동자승이 씻다 흘린 상추잎처럼

푸른 피를 흘리며 떠내려간다

나는 내 손을 건지려고 급히 뛰어가다가

그만 소나무 뿌리에 걸려 나동그라진다

떠내려가면서도 기어이 물을 가득 움켜쥔

저놈의 손

저 손을 잡아라

어느 낙엽이 떨어지면서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어느 바위가 굴러가면서 땅을 움켜쥐고

어느 밤하늘이 별들을 움켜쥐고

찬란하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