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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길의 주인은 누구...고라니 발자국을 따라서(용현계곡~ 목장길)

 

2010. 12. 30일

 

세상 사는 일에 꼭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닐테지만

때때로

이유가 필요할 때도 있다.

세상의 이목과 편견에서 비껴서기 위해서...

그리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키기 위해서...

 

 

오늘의 내가 그랬다.

이유가 필요했다.

지난 연말 산자락에 묻어둔 선그라스는

그 후로 벌써 이틀째 내린 눈으로 찾을 희망은 잃은지 오래였다.

길이 아닌 그곳을 다시 찾을 기약도 없었다.

 

 

 

 

나를 마중나온 것인지

마을 어귀에서 서성이다 발자국만 남기고 돌아갔다.

발자국을 따라서 걸으니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것 같았다.

 

 

가볍게 올라설 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 가볍게 출발했는데

금북정맥 갈림길까지 오르는데

한여름 산행만큼이나 땀이 삐질삐질 솟고 힘이 들었다.

식빵 두쪽에 딸기잼을 발라 배낭에 아무렇게나 쑤셔넣었는데

얼마나 다행으로 여겨지던지..

 

 

눈짐작으로 지난번 치고올라왔던 산비탈을 내려서려 했지만

바람에 한쪽으로 쏠린 눈 때문에 무릎 위까지 눈이 빠져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목장길을 통과할 수 밖에 없었다.

 

 

 

목장을 지나 내려설 길을 결정해야 하는데

눈 덮힌 산에 길은 보이지 않았다.

고라니인지.. 발자욱을 믿어보기로 했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위험한 곳을 가지는 않을테니까.

 

 

(청미래덩굴 열매)

 

(딱총나무 겨울눈)

 

한참을 걸어내려오니 아는 길과 만났다.

느긋하게 눈풍경을 즐기며 걷다보니

버스 시간이 촉박하다.

잰걸음으로...뛰다시피 내려왔다.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을 놓칠 수는 없지.

 

 

 

 

고란사 근처에서  아라메길 답사팀을 만났다.

개심사로 갈거라면서 시간되면 함께해도 좋단다.

아라메길이 알려지면서 타지역에서도 많은 탐방객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마음은 그리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참아야했다.

다행히 조금 기다려 버스를 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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