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01. 07
꿈쩍하지 않는 뭍에 대한
파도의 절규는 오늘따라
잠잠했다.
그저 가끔씩 어깨를 슬쩍 부딪쳐 올 뿐이었다.
체념하는 방법을 터득한걸까
사자를 닮은 바위섬 위에 겨울햇살이 쏟아져내렸다.
환한 햇살은 속에 것들을 뭉둥그려 속을 빛속에 감추어 버렸지만
꼬리를 내리고 낮게 엎드린 사자의 모습은 너무나 평안해보였다.
구례포
그 갯바위를 휘돌아나가는 파도를 따라 학암포까지 해변을 걸었다.
저 소나무가 자라는 절벽을 돌고 싶었지만
안전한 길로 걷기로 했다.
목숨걸고 매달려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가 별이 보인다고 했던가
한순간 몸이 가벼워지는가 싶더니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교각위에 얹혀진 교량처럼
내 몸이 어딘가에 가로로 걸쳐진 느낌
잠시 그대로 있었다.
후유~~~~
툭툭털고 일어서는데 안도의 헛웃음이 나왔다
머리를 부딪치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바로 발밑 바위의 얼음을 보지못해 미끄러진 것이었다.
왜 하필 얼음이 덮힌 바위를 밟았을까
그런게 운명이라는 것일까
운명이란 피할 수 있는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라는데
봐야할 것을 보지 못한것은
피하지 않음과 다를진대
운명이 아니라
그냥 한순간의 내 불찰일뿐이다.
그로 인해 며칠째 고생중이다.
고리뼈가 아프다.
울퉁불퉁 바위길을 걷는것이 힘들었나보다
어느새 이마에 땀이 배어났다.
울퉁불퉁 바위길 위에 내가 발디딜곳을 찾아가며
한발한발 나아가는 것.
휘청이며 넘어지는 것도, 돌부리에 채이는 것도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잠시 쉬어가는 바위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누리는 기쁨 또한
내 몫이니
지나온 길의 수고가 헛된것은 아니다.
정점까지 왔다가
가슴을 쓸며 돌아가는 그 날에도
지나온 길이 헛된것만은 아니었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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