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처럼 구름처럼/풍경속으로

섣달 그믐날

2010. 2. 3

 

음력으로 섣달 그믐

설 연휴의 시작이지만

봄의 길목이라는 입춘 또한 코앞에 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결 풀린 한파에

늦은 오후인데도

자전거를 타고 맞는 바람조차 훈훈하게 느껴졌다.

 

 

 

 

 

즐비하게 늘어선 생선가게의 어느 집 앞에 멈춰섰다.

크기별로 나눠 3단으로 진열된 생태를 바라보았다.

맨 위 제일 큰 것들은 배가 볼록했다.

두마리를 사고는 손질을 부탁했더니

알집이 터진다면서 집에가서 조심조심 하란다.

 

흐느적대는 생태를 도마위에 올려놓고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잠시 하느님을 원망했다.

왜 하느님은 인간들을

과일이나 푸성귀만 먹도록 만들지 않으셨을까

 

손질을 시작했다.

가위로 지느러미부터 자르고

꼬리부터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내어갔다.

불룩한 배에 와서는 아주 조심조심.

그래도 풍선처럼 부푼 알집에 상처가 났고

알들은 바다를 꿈꾸듯이

 꾸역구역 밀고 밖으로 새어나왔다.

여긴 바다가 아니란다.

여긴 네가 살만한 곳이 아니란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 어미의 꿈은

어부의 손에 잡히는 순간 끝났겠지만

내가 그 꿈을 빼앗은 듯 미안했다.

 

그래도 얼큰하게 끓인 탕 속에선

알을 찾으려 수저를 휘저었으니...

아!  삶의 아이러니여

'바람처럼 구름처럼 > 풍경속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음이  (0) 2011.02.14
모르고 가는 길  (0) 2011.02.12
간월암  (0) 2011.01.27
발자욱도 날아오르다. 부석사와 도곡지  (0) 2011.01.13
바다를 만나다..학암포  (0) 2011.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