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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구름처럼/풍경속으로

모르고 가는 길

2011. 2. 11

 

한동안 한파에 시달렸지만

입춘이 지나고 날이 풀리니

또 그 한파가 그립습니다.

한파가 그립다니

누가 들으면 화를 낼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몇번의 한파가 다시 찾아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길목에 주차된 차창마다 예쁜 꽃을 피우고

버스승강장 바람막이 창에 울창한 나무숲을 만들던 요술쟁이가

추위와 함께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오늘아침 요술쟁이가 다시 돌아왔네요

그다지 춥지는 않았지만 내 기다림이 전해졌나봅니다.

 

 

길가의 회양목과

아직 가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은행잎 위에

다소곳이 서리가 내려앉았습니다.

조바심내는 기색도 없이

자신을 녹여버릴 햇살에 건네는 은행잎의 눈길이

봄처럼 따스해보이는군요.

 

 

작은 풀잎들도 가장자리마다 성에를 두르고

꽃인양 예쁜 모습입니다.

꽃이 된다는것이 쉬운일이 아니란걸 알것같습니다.

여린 살갗이 겪고 있을 시려움이 얼마나 클까요?

 (2011.2.18)

 

버스승강장 유리벽도 오늘아침

꽃밭이 되고 숲이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잠시 행복했지요.

멀리 보이는 아파트가 오늘은 따스하게 보입니다.

 

 

 

 

차창안의 저들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는걸까요?

저들의 눈에도 꽃밭이 보이고 숲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창밖 풍경을 보며

잠시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들의 눈빛이 보이지 않은게 나에게는 얼마나 다행인지...

이렇게 가까이에서도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이 풍경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멀리있는 저들의 눈에

창밖 풍경이 보였을까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녁해는 아름답게 지고 있었습니다.

차 안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었다면

아주 오래 바라보았을 풍경입니다만

서둘러 셧터한번 누르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퇴근길

태워다주겠다는 호의를 거절할 마음이 없었기에

오래 기다리게 할 수 없었거든요.

 

저 애잔한 표정의 석양을 보며

어디론가 떠난 모든 영혼들이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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