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2. 20
서부산악회 시산제 산행
돌 하나 내려놓으면 가벼워질줄 알았다.
하나 하나 버리다 보면
자갈밭 걷듯 뒤뚱거릴지라도
앞을 가로막는 벽은 허물어질 줄 알았다.
언젠가는 그리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돌들은 오랜 세월만큼이나 켜켜이 쌓여
너무나 견고한 성이 되었고 탑이 되었나보다.
돌 하나쯤은 빼어내도 끄떡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가 그 틈새로 더 큰 돌을 끼워 넣기라도 하는 듯
더 단단하고 견고해졌다.
소용없는 줄 알면서도
그 돌 하나를 빼어내는 작업을 멈출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돌을 언덕위로 밀어올리는 시지푸스처럼
어쩌면 그것은 나 자신에게 내리는 형벌인지도 모른다.
그 형벌이
세상을 견디는 힘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밋밋한 산길을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돌고 돌아
다시 출발지인 읍성으로 돌아왔다.
그 성에서는 안과 밖이 자유로웠다.
진남루 위에서 단체답사를 온 아이들과 얼떨결에 인사를 나누고
성에 대한 이런저런 안내자의 설명은 덤으로 들었다.
아하~ 그렇구나
안내자의 설명은 쉽고도 재미있었다.
산에 드는 내 발걸음도 저렇듯 쉽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시산제를 지낸 당산도 저만치 보이고
누각너머로 보이는 성 안 풍경들이 따사로와보인다.
아침마다 서리가 내린 풍경을 보는데
양지바른 언덕엔 큰개불알풀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봄은 그렇게
겨울을 견디고 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