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5. 21
어제저녁 휘몰아치던 천둥번개는 사라졌지만
하늘은 아직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다.
오후 세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팔봉산을 향해 가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더 쏟아지지만 않는다면.....
3봉까지 한바퀴 돌아도 괜찮겠다
계단을 피해 임도를 조금 걷다가 1봉으로 바로 오르는 길을 택했다.
임도변에는 탱글탱글한 매실이 익어가고 있었다.
매실은 아파트 화단에서
어송쪽으로 향하는 임도
누군가 이 길의 유혹에 빠져 어송까지 걸었다는 글을 보고
과연 그녀답다고 생각했다.
혼자였다면 저만큼이라도 걷다가 되돌아왔을지도 모르겠다.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의를 남편에게 건네주고는 비가 오면 1봉갈림길에서 내려서겠다는 말을 남긴채
앞서 1봉을 향했다.
빗물에 젖은 바위가 미끄러울까
1봉에 오르는 것은 그만두었다.
한번 올려다보고 내려오는 길
어떤 그리움을 찾아 여기까지 떠밀려 왔을까
송화가루가 빗물을 타고 바위아래 한켠에 밀려와 있다.
오랜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처럼
이 구석 저 구석에서 한동안
걸레질을 할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노랗게 묻어날 것이다.
1봉 갈림길에 아무도 없다.
몇번인가 큰소리로 불러보다가 주차장으로 향했다.
오리나무 잎이랑 개암나무 잎을 비교해보며
해당화 앞에서 나도 꽃이 되어보기로 했다.
비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분위기잡으려 신경쓰느라
해당화에 향기가 있었는지는 기억조차 없다. ^^*
이런 주차장에도 아무도 없다.
주머니에 핸드폰도 없다.
나물로 좌판을 벌인 아주머니에게 핸드폰을 빌려 연락을 하니 2봉이란다.
다시 마중을 가야겠기에 되짚어 올라가는데
내려올 때 보지 못했던 은난초가 길가에 환하다.
초피나무도 꽃이 활짝 피었다.
잎을 따자 시원한 향이 코끝에 와 닿는다.
꽃차례도 다르지만 마주 나 있는 가시가
산초나무와의 구별 포인트다.
산초나무도 들여다보았다.
꽃은 더 기다려야할것이다.
큰 밑둥의 가시가 무시무시하다.
돌아오는 길에 비원에 잠시 들러 올괴불나무 열매와 광대수염을 만나고 왔다.
(올괴불나무열매)
(광대수염)
비원에서 나오는 임도에서 텅비운 민들레가
홀씨가 떠나버린 길을 애잔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봄은 또 올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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