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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사라진 산딸나무...가야봉

 

2011. 05. 29

 

상가리저수지 ~ 석문봉.가야봉 갈림길~ 가야봉~ 헬기장~ 상가리

 

주말에 하루는 산에 가는것이 숙제가 되어버렸다.

산이라면 자다가도 벌떡일어날만큼 좋아하는 일이니

반가운 일이긴하나

초보를 데리고 산길을 결정하고 안내하는 일이다보니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가야봉에서 바라본 주능선)

 

가야봉을 향한 제일 짧은 코스를 골랐는데

계곡을 사이에 둔 갈림길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목적지의 풍경은 눈에 선 한데

계곡을 건너야 할지 바로 올라야할지 알수가 없었기때문이다.

조금 더 걷기를 각오하고 직진으로 올랐다.

 

 

초여름 날씨에 초반부터 지쳐버렸다.

나뭇잎 사이로 능선의 눈부신 햇살이 보이지 않았다면...

주렁주렁 매달려 피어있는 참회나무 꽃이 없었다면...

빨갛게 익은 올괴불나무 열매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냥 되돌아서 내려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엄마아빠를 따라서 온 서너살쯤된 꼬마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참회나무)

 

눈에 번쩍 띄는 빨간 열매

아~  따 먹을 수 있는 열매라면 얼마나 좋을까?

 

(올괴불나무열매)

 

능선에 올라서보니 계획했던 산길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었다.

덕분에 가야봉까지 1.2킬로 정도를 더 걸어야했다.

고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어디로 가야할지 선택이 망설여질 때에

조금 더 먼 길을 돌아서 가도 좋을것 같다.

그만큼 보는것도 많아질테니 말이다.

 

(가야할 가야봉 방향)

 

능선에 화사한 노린재나무꽃과 팥배나무꽃이 한창이었고

쪽동백나무는 이제 한두송이 피기 시작했다.

가야봉 바위아래 산딸나무도 활짝 피었겠지 기대를 하며 가야봉을 향했다.

 

(노린재나무)

 

(팥배나무)

 

헉!!

그러나 오랫만에 찾은 가야봉은 너무나 황량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커다란 바위사이로 엿보듯 내려다보던 눈부신 산기슭도

기어오르기 딱 좋은 바위들도

예전의 풍경은 온데간데 없고

바위를 누르고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덩그러니 

나무계단이 놓여있었다.

 

 

가야봉에서 바라보는 석문봉쪽으로의 주능선과

삼준산방향의 산군들도 아름다웠지만

가야봉 그 자체로도 너무 좋았었다.

그런데 작은 편리와 조금만 주의하면 문제될게 없었던 안전을 핑계로...

너무 안타깝다.

딱 눈높이에 맞추어 피던 산딸나무 역시 흔적없이 사라졌다.

한동안은 가야봉에 오고싶지 않을것 같다.

 

(대팻집나무)

 

(대팻집나무수꽃..30일 개심사에서) 

 

헬기장을 거쳐 상가리로 내려오는 길에는 많은 나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지난번 석문봉 산행길에 만났던 다른 나무보다 조금 늦지만

아주 예쁘게 잎을 피워올리던 나무

눈에 익은 수피를 보고도 생각해내지 못했었는데

오늘 보니 사람주나무였다.

 

 

 

사람주나무에 가느다란 이삭처럼 꽃대가 올라오고 있었다.

 

지난번 개심사에서 그림자놀이를 하게하던 잎새는 바로

쪽동백나무의 어린잎이었나보다.

 

 (5.14일 개심사에서)

어느덧 꽃을 피우고

 

결코 작지 않은 내 얼굴을 가릴만큼 커다란 잎새를 달고 있다. 

 

그리운 풍경을 잃어버린 산행을 끝내고

집에 오는 길에 뒤돌아본 가야산 뒤로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본 가야봉은  예전 그대로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