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금산
남해 금산을 알기 전에
우연히 이성복님의 "남해 금산" 이라는 시를 읽게 되었다.
내게는 어려운 시였지만
남해 금산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어주었다.
( 남해대교)
그러나 남해금산 가는 길은
이성복님의 시만큼이나 쉽지가 않았다.
남해대교를 건너자마자 충렬사 앞에 내려주며
한바퀴 돌고 오란다.
통영에서도 충렬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이곳 남해 충렬사는 통영 충렬사와 함께 임금의 사액을 받은 곳이라고 한다.
(남해 충렬사의 이순신장군 가묘)
그곳을 둘러보고 이제 금산을 만나는구나 했는데
이번에는 관음포에다 일행들을 풀어 놓는다.
점심을 먹고 보리암에 가야 하는데
시간이 어중간하니 20분동안 이락사를 보고 오란다.
일행들 대부분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길가에 늘어앉은 상인들한테 몰려갔다.
정말 대한민국 아줌마답다.
서산보다 빠른 봄과 바다를 먹고 싶었나보다.
마늘꽁이며 매생이 미역....
혼자 터벅터벅 이락사를 향해 가는데
첨망대 500m라는 표지가 보인다.
소나무와 동백
그리고 요즘 눈부신 잎을 피우는 참나무류 (상수리나무 굴참나무등)의 신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오솔길을 걸어 첨망대로 향했다.
열여덞명 일행중에 겨우 네명만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 옛날 그 곳에서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은
역사속에서나 존재할 뿐
바다 역시 그 사실은 잊은 듯
옅은 안개에 쌓인 바다는
너무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남해 시내에서 "안동고등어자반정식으로 점심을 먹고
드디어 금산으로 향했다.
1시 30분이 다되어 도착한 복곡저수지 주차장에 내려주면서
3시까지 내려오란다.
마을 버스로 갈아타고
가파른 언덕길을 한참을 올라가야 하고
그리고 다시 1km쯤 걸어가야 하는데....
보리암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아무리 걸음을 빨리한다해도 겨우 3,4십분밖에 안된다는 얘기다
(아래주차장 옆의 약수)
보리암까지 비교적 접근이 쉬워서인지
관광객의 대부분이 어르신들과 가족동반도 많았다.
보리암 입구로 들어서면서부터 거대한 바위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신록 사이로 보이는 절집의 지붕이 보이는것을 보니
아마도 저것이 대장봉인가보다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뜨거운 햇살에 모두들 목이 탈만도 하겠다.
약수 근처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보리암의 약수 한잔으로 갈증도 풀고
마음도 씻고.
아쉬운 것은
내게 주어진 이곳에서의 시간뿐이 아니었다.
..........
남해 금산 푸른 물속에 나 혼자 잠기네
나도 잠기고 싶었던 그 남해 금산의 푸른 물은
옅은 안개에 가려
잃어버린 꿈처럼 가물거렸다.
(왼쪽으로 희미하게 상주해수욕장이 보인다)
종각? 옆에서 바라본 일월봉(왼쪽)과 화엄봉(오른쪽)
각 전각의 이름조차 살필 여유도 없이
해수관음상을 찾아 계단을 내려섰다.
아쉬움이 크다.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푸르른 남해바다도,
상사바위까지는 아니어도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쌍홍문도....
멀리 보이는 상사바위
저곳에서 보는 보리암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는데....
카메라로 끌어당겨 좀 더 가까이에서 본다.
해수관음상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삼배를 올리고 있었다.
그들의 기원이 무엇인지...은밀한 교감을 엿보고 싶지 않아
내 시야에서 지워버렸다.
돌아와서 생각하니 내게도
기도가 필요했었다.
기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 서면 어째서
아무런 기원도 떠오르지가 않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무심으로 합장을 하오니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게 하소서
관음상 앞의 삼층석탑 앞에서는
나침반이 방향을 잡지 못한단다.
지금 내 인생의 나침반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나는 그것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멀리 보이는 저 바다처럼 모든것이 희미하다
아직은....
......
이렇게 스치듯 만나고 갈거였으면
더 기다렸을 것이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참았을 것이다.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마음을 꾹 꾹 눌러두고..
이럴 줄 미리 알았으면
남해 금산과 첫만남의 시간을 좀 더 뒤로 미뤘을 것이다.
보리암에서 서둘러 내려와 찾아간 가천 다랭이마을
바다를 보려고 까치발을 선 다랭이 밭엔
마늘이 푸르게 자라고 있었다.
(암수바위)
이곳에서 역시 일행 몇명만이 버스에서 내려 한바퀴 돌았다.
여행의 여유로움이라든지 낭만보다는
주어진 시간안에 좀 더 많이 봐야겠다는...
그건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얼굴의 욕심이었다.
일상생활에서 흙을 밟을 일이 자꾸만 사라지는데
요즘은 산에서도 들에서도 발에 흙묻힐 기회를 조금씩 빼앗기고 있는것이 아쉽다.
사람가는 길은 하나같이 나무로 계단을 만들고 울타리를 둘러치고 있다.
어느 꽃길에서보니 사람의 발길이 무섭긴 무서웠으니
필요악이 아닐지.
다시 독일마을에 들러 수박 겉핥기도 못하고
다시 남해대교 앞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되었으니 끼니는 때워야지.
남해 금산 푸른 물에 잠기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석양이 물 속에 잠기고 있었다.
남해금산....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2012. 5. 4일
남해 충렬사~ 관음포 이락사~ 보리암~ 가천 다랭이마을~ 독일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