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꽃을 보는 일도 슬픔이 되었습니다.
꽃을 보다 돌아서면
문득 떠오르는 얼굴
어제 보충대에 두고 온 아들의 얼굴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짐작해온 일이라
마음의 준비를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내 품에서 떠난 자식이
자꾸만 안스런 마음이 들고 아픕니다.
(마삭줄)
슬프면 슬퍼서 찾고
기쁘면 기뻐서 찾고
외로우면 외로워서 찾고
궁금함에 호기심에
수시로 찾는 그 집 마당
오늘은 잊어보려 그 집 마당을 기웃거려봅니다.
정향풀이 피었을 것도 같구요
(정향풀)
은은한 푸른빛하며 모습이 참 참하고 소박하고 단아한 느낌의 꽃입니다.
그런데 수술과 암술을 꽁 꽁 숨겨두고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꽃에게도 숨겨두고 싶은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요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보여주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때로는 나 자신에게도 그 일이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정향풀처럼 꽁꽁 숨겨두기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보여질테지요
언젠가는 알게 될테지요.
그리 믿고 기다리는 거지요.
처음 만나는 마삭줄 꽃에 마음을 주고 있는데
그 집 마당의 주인이 저쪽에서 부릅니다.
이미 한번 둘러보고 나온 곳이지만 그곳으로 갔지요.
아마도 초롱꽃을 보여주고 싶었던가 봅니다.
무슨 초롱꽃인지는 모릅니다만
초롱꽃인거는 확실하지요 ^^*
(초롱꽃?)
남의 집 마당을 서성이며
내 집 마당인양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무소유의 홀가분함이 이런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주인은
풀을 뽑을 걱정을 해야 하고
어디에 무엇을 심어야 하나 고민을 할테니까요.
그저 즐기기만 하는 게 조금 미안하기도 합니다.
저녁무렵엔
몇년전 선주름잎을 보았던 그 풀밭을 찾았지요.
선주름잎은 찾을 수가 없네요
내가 이름을 불러줄 수 없는
이 딸기를 만나고 왔지요.
아직은 오리무중입니다.
아들은...
어찌 지내고 있는지
역시
오리무중입니다.
내가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도
딸기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테구요
아들은 진짜 남자가 되어 돌아오겠지요.
제가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주기를...
마음을 다해 기원하며 기다리면 될테지요.
(꽃바지)
(방가지똥)
(떡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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